[스페셜 포커스] 필수의료, 정의란 무엇인가? (2편 영국,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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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포커스] 필수의료, 정의란 무엇인가? (2편 영국, 호주)

  • 이경희 기자
  • 승인 2023.02.06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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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영국, 호주) 건강보험 제도를 통한 정책 방안 모색 ②
▶영국 '의사보조인력(PA, Physician Associate)' 활용
▶호주 '메디케어급여목록(MBS)' 통해 보장

사회 초년생 시절, 직장 동료 스코틀랜드인 친구가 스털링(Stirling)에 있는 자기 집으로 초대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유럽 땅을 밟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스코틀랜드 친구네 집에서 2주 동안 홈스테이를 하면서 식사 및 음주·가무는 물론, 그들의 일상생활과 문화를 오롯이 체험할 수 있었다.

친구네 집에 머무는 동안, 한여름 목감기에 걸려 병원에 다녀온 친구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때 가장 부러웠던 것은 모든 지역 주민에게 저마다 주치의가 있어 신속, 정확, 친절하게 의료 서비스를 받는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친구의 주치의는 친구가 병원에 들어올 때부터 나갈 때까지 미소를 잃지 않으며, 그동안의 진료 기록을 모두 파악하고 있어 자신의 건강을 주치의에게 믿고 맡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스코틀랜드의 의료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는 내게 아주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마치 조선시대 임금이 자신만을 위한 어의를 곁에 두었듯이, 모든 국민 누구나, 임금처럼 자신의 주치의로부터 따뜻한 보살핌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그저 부러울 따름이었다.

물론, 어떠한 자질을 가진 주치의를 만나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영국의 국민보건서비스(NHS)
 의사 수 부족 문제 해결 위해 의사보조인력(PA, Physician Associate) 활용

영국(United Kingdom)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및 북아일랜드로 이루어져 있는 연합 국가로, GDP 대비 경상의료비 비중은 9.7%(2020년 기준)로 OECD 국가의 평균인 8.7% 보다 조금 높다. 2020년 기준 영국의 1인당 경상의료비 규모는 5,018.7US$로, 이 또한 OECD 국가의 평균을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GDP 대비 경상의료비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지만, 여전히 OECD 국가 평균치보다는 낮으며, 1인당 경상의료비 규모는 3,582.3US$로 수준으로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영국 인구 1,000명 당 활동의사 수는 2021년 기준 3.2명이며, OECD 평균 3.5명에 비해 적은 수치이다. 하지만, 영국은 OECD 국가 중 의사보조인력(PA, Physician Associate)을 도입한 몇 안 되는 국가(미국, 캐나다, 호주, 네덜란드, 영국) 중 하나다. PA는 최근 의사 수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의사 수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2005년 도입되었으며, 의료 전문 인력으로 훈련받은 PA는 의사의 감독 하에 일하며 검사 수행, 질환 및 부상의 진단 및 치료, 검사결과 분석, 예방적 건강관리 조언 등을 할 수 있다. 영국 내 약 30개의 병원에서 PA를 고용하고 있지만, 영국의 PA는 아직까지는 처방 권한이 없다.

영국의 의사수련 과정_건강보험정책연구원(2022)
건강보험정책연구원(2022)

영국은 NHS(National Health Service, 국민보건 서비스) 국가로, 모든 일반 거주자에게 보편적인 의료 급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NHS의 구조는 의료제공자(1차, 2차 의료), 행정지원기관, 감시 및 규제기관 등 3개 유형으로 구분된다. NHS England의 재정은 대부분이 영국 중앙정부의 일반조세인 보건사회부 예산으로 충당되며,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는 영국 중앙정부로부터 재원을 직접 지급받는다. 모든 국민은 자신의 거주 지역 내의 1차 진료의를 자신의 주치의로 등록해야 하며, 주치의의 소견서를 통해 전문적인 2차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최근, 치료를 개선하고 자원을 관리하기 위해 협력하는 것을 목표로 NHS England 및 Improvement는 NHS 조직 및 법률에 대한 변경 계획을 발표했다. 통합의료 및 1차 의료의 지속 가능성 개선을 핵심 목표로 PCN(Primary Care Network)을 새로 구축, 통합의료시스템(Integrated Care System)을 구축하여 100만~300만 인구를 대상으로 각각 NHS 자원의 ‘단일 포트’를 제어한다는 계획이다. 각 통합의료시스템에는 지명된 리더와 의장이 있으며, 자원 분배 방법에 대한 집단적 결정을 내리고 여기에는 경계 내의 ‘장소(place)’에 자금 조달 결정을 위임하는 것이 포함될 수 있다.

NHS 서비스 개혁 방안으로는 첫째, 암, 심혈관 질환, 출산 및 신생아 건강, 정신건강 등 임상 우선순위를 정하고, 2028년까지 암의 75%를 진단하는 것을 목표로 스크리닝 및 정밀검사진단 서비스를 확장할 예정이다. 둘째, 1차 의료 및 커뮤니티 케어를 위해 2023부터 2024년까지 현재보다 45억GBP의 재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또한, 1차 의료 및 커뮤니티 케어를 위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예방적 접근 방식을 통해 응급이나 입원의 감소로 인해 얻는 이익을 ‘공유 저축(shared savings)’할 예정이다. 이는 의료비 지불개혁에 대한 접근방식으로, 책임 있는 의료서비스를 통해 의료이용자에게는 기대 이상의 비용 절감이 되고, 공급자는 더 많은 이익을 누리게 되는 시스템이 마련될 예정이다. 그 외에도, 정신건강 및 학습장애 서비스 개선, 긴급 응급서비스 개선, 폭넓은 급성질병 서비스 개선 등을 계획하고 있다.

▷영국 보건의료 재원(2020년 기준)

2022년도 주요국의 건강보장제도 현황과 정책동향,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영국의 보건의료 재원(2020년 기준)
2022년도 주요국의 건강보장제도 현황과 정책동향, 건강보험정책연구원


▶호주의 건강보험제도(Medicare)
메디케어급여목록(MBS)을 통해 보장...공공병원, 민간병원 다른 급여율 적용

호주는 6개 주(state) 및 2개의 준주정부(Territories)로 구성된 연방국가로, 러시아, 캐나다, 중국, 미국, 브라질에 이어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큰 나라이다. 조세를 재원으로 하는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인 메디케어(Medicare)를 운영하고 있으며, 호주 시민권자 및 영주권자에 대해 일반적인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연방정부는 메디케어에 대한 보충적 기능을 가진 민간의료보험 가입을 권장하고, 이는 메디케어가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서비스 등을 보장한다.

2020년 기준, 호주의 활동 의사는 인구 1,000명당 3.9명, 면허 소지 의사는 인구 1,000명당 4.7명으로 OECD 평균 3.5명에 비해 높은 수치이다. 호주의 보편적 급여는 메디케어급여목록(MBS)을 통해 보장되며, 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에 해당하는 보건부(Department of Health)에서 관리하고 복지부(Services Australia)에서 운영 및 지불을 담당하고 있다. 

메디케어급여목록(MBS)은 의사가 제공하는 임상적 진단 및 치료 전체에 대한 급여범위와 수가정보를 포함하고 있으며, 메디케어급여 수가는 외래서비스의 경우에는 85~100%, 입원서비스의 경우에는 75~100% 수준이다. 민간의료보험 가입자는 공공병원이나 민간병원에 입원 시, 메디케어급여 수가의 25%와 갭(Gap), 그리고 병실료, 수술실 및 분만실 이용료와 의약품급여 서비스(PBS)에서 급여되지 않은 약값을 민간의료보험에서 보장할 수 있다. 호주 정부는 공공 재원 압박을 감소하기 위해 국민들의 민간의료보험 가입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일반조세와 메디케어 의료보험료에 기반을 둔 호주 보건의료체계의 재원은 일반조세와 메디케어 의료보험료(Medicare levy) 등으로 구성된 공공재원(69%), 본인부담금과 민간의료보험 등으로 구성된 민간재원(31%)으로 조성되어 있다. 메디케어 보험료는 연간 과세소득의 2%를 징수하며, 일정 요건 이상의 고소득층에 대해 추가 요율을 징수한다. 공공병원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은 일괄청구(block funding)와 병원 서비스 활동에 기반한 재정지원(Activity-Based Funding, ABF) 방식을 조합하여 지불하고 있다. 호주는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일반의(GP)를 통해 진료를 받을 수 있으며, 일반의가 의뢰하거나 응급실을 통해 병원서비스 및 전문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최근 호주에서는 공보험 메디케어의 민영화와 민간의료보험의 규제 완화 움직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다. 하지만, 보편적 서비스로서의 메디케어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높아 메디케어의 시장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보다는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개혁을 진행 중에 있다. 그 일환으로 모든 민간의료보험사들은 민간의료보험의 보장내용을 소비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4단계(베이직, 브론즈, 실버, 골드)로 나눠 공지하고, 임상질환으로 분류하여 보장하는 서비스 내용을 밝혀야 한다. 하지만, 메디케어와 민간의료보험의 역할이 모호해서 오히려 비효율적인 재정운영을 야기한다는 주장 및 의료이용의 형평성을 깨는 증거가 많아, 공보험 메디케어와 민간의료보험의 역할 설정 문제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호주의 민간의료보험 보장내용 4단계 분류

건강보험정책연구원(2022)
건강보험정책연구원(2022)

▷영국, 호주 건강보험제도 한눈에 보기

건강보험신문(제1033호, 2023)
건강보험신문(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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