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포커스] 필수의료, 정의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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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포커스] 필수의료, 정의란 무엇인가?

  • 이경희 기자
  • 승인 2023.01.3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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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필수의료" 정의란 무엇인가?
...주요국(프랑스/독일/일본) 건강보험 제도를 통한 정책 방안 모색 ❶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의 저자 마이클 샌델은 하버드대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여러분은 지금 시속 100㎞가 넘는 속력으로 기차를 운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달리는 기차 앞에 다섯 명의 작업자가 철로에 서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하지만 달리는 속도가 너무 빨라 브레이크를 잡아도 멈출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다행히 오른쪽에 있는 비상 철로를 발견했지만, 그곳에서도 한 명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당장 철로를 바꿔야 할지 말지 결정해야 합니다. 자, 이제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대다수 학생들은 철로를 바꿔서 다섯 명의 작업자를 살리겠다고 대답했지만, 여전히 여기에는 윤리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트롤리 딜레마(Trolley Dilemma)라고 한다.) 다양한 실험 결과, 실제로 인간은 갑자기 들이닥친 상황에서 윤리적 결단을 내릴 때는 “이성적 시스템과 정서적 시스템의 갈등 속에서 우세한 쪽을 선택”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트롤리 딜레마’가 말해주는 것처럼,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를 위한 정책은 존재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필요한 때에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한 필수의료는 어디까지를 그 범주로 해야 하며, 건보 재정지출 효율화를 위한 국고지원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세계 주요국의 의료보험 정책(건강보험정책연구원, 2022) 및 각국의 의료 정보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프랑스의 건강보험제도
보험 가입자 “사후환급제”...사회보장충당특별목적세 건보 재정에 적극 활용

프랑스는 전 국민이 보험 가입 대상자로, 강제가입의 공적 기본 건강보험과 임의가입의 보충적(민간) 건강보험 이중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공적보험은 가입자별로 일반제도(98.1%, 민간기업 근로자, 공무원, 학생 및 저소득층, 자영업자 및 전문직)와 농업제도(1.9%, 농업자영자 및 피용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충적 건강보험은 공적 건강보험의 본인부담금에서 일부 또는 전부를 보장하고 있으며, 전 국민의 95%가 가입하고 있다. 전체 보충보험 중 민간영리보험이 16%, 민간비영리기관(공제조합 및 상호부조기관)이 84%를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독일과는 달리, 프랑스의 건강보험제도 중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사후환급제”이다. 보험 가입자가 “카르트비탈”이라는 카드를 발급받아 진료를 받은 후 의료기관에 카드로 전액 지불하면, 추후 등록된 계좌로 개인이 직접 일정 비율 금액을 환급받는다.

또한, 프랑스는 건강보험료 부담은 줄이고 조세 성격의 사회보장분담금(CSG)과 사회보장목적세(ITAF)를 늘리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 건보 재정수입은 2019년 기준 보험료가 34.3%, 조세 유형의 재정수입이 63.3%(사회보장분담금 33.7%, 사회보장목적세 28.3%)에 달하고 있다. 건보 재정의 만성적인 적자를 줄이기 위해 알코올소비세, 담배소비세, 자동차보험세, 의약품광고세 등의 사회보장충당특별목적세를 건보 재정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점이 특이할 만하다.

프랑스에서 보험 가입자는 반드시 전문의나 일반의 주치의를 거쳐 상급 병원의 진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단, 신경정신과, 안과, 산부인과, 치과, 응급진료는 주치의를 거치지 않고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출처] 건강보험정책연구원 2022_프랑스의 국민의료비(OECD Health Data 2021)
[출처] 프랑스의 국민의료비(OECD Health Data 2021)_건강보험정책연구원 (2022)

 

▶독일의 건강보험제도
공적보험 가입자 반드시 주치의와 계약...병원급은 입원진료 위주로 운영

동독과 서독이 통일되면서 독일은 국민의료비가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2018년 GDP 대비 국민의료비 지출은 11.5%로, OECD 평균인 8.8%(OECD Health Data 2020)에 비해 독일은 상대적으로 국민의료비 지출이 높은 국가이다. 공적의료보험의 수입은 2009년 157억 유로에서 2017년 216억 유로로 증가했고, 이 시기의 보험료율은 2009년 8.8%에서 2017년 14.96%로 증가했다.

독일은 전체 인구의 90%(2019년 기준)가 공적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독일의 공적의료보험 의무가입 대상자는 일정 소득 이하(연간 60,750유로, 2019년 기준)의 피고용인, 학생, 연금수급자, 실업자 등으로 구분된다. 이들은 전체 건강보험 피보험자의 88.09%(2018년 기준)를 차지하며, 2018년 연 59,400유로에서 2019년 60,750(월 5,062.5)유로로 의료보험 의무가입 한도가 상향되었다. 연간 소득이 60,750유로를 초과하는 근로자는 공적의료보험의 가입의무가 해제되어 민간보험에 가입할 수 있으며, 원할 경우 공적의료보험의 가입도 가능하다.

민간의료보험은 연간 60,750유로(2019년 기준)를 초과하는 소득자가 선택적으로 가입할 수 있으며, 공적의료보험을 대체하는 형태의 ‘대체형 민간보험과’ 공적 의료보험의 급여를 보충하는 ‘보충형 민간의료보험’으로 구분된다. 대체형 민간의료보험은 공적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대상자(주로 의사, 변호사, 약사 등 자영업자와 자유직 종사자, 공무원 및 고소득 근로자 등)에게 보험계약 상의 의료보장을 제공하며, 보충형 민간의료보험은 공적의료보험 가입자들에게 공적의료보험이 제공하는 급여에 대하여 다양한 종류의 보충적 또는 보완적 급여를 제공한다.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민간의료보험에서 공적의료보험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민간의료보험의 경우도 공적의료보험제도와 같이 경쟁이 강조되면서 가입 이동이 허용되었다.

독일의 공적보험 가입자는 반드시 주치의와 계약을 맺어야 하며, 보험조합은 환자에게 주치의 중심의 의료서비스 프로그램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 참여 결정은 환자가 직접 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1차 진료기관은 기본 치료를 담당하며, 주치의, 병원 내의 외래의사 및 기타 공공 외래의료 기관들이 해당한다. 급성 및 만성 질환 90% 환자가 모든 전문분야를 포괄하고 있는 1차 진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는다. 2차 진료기관은 전문의들(외래의원 및 병원)로, 1차 기관에서 이동한 환자를 진료한다. 3차 진료기관은 특정 종합병원과 센터가 포함되며 큰 지역이나 여러 개의 도시를 아울러 비용이 많이 들거나 까다롭고 복잡한 진료 등을 주로 다룬다. 예를 들면, 산재병원, 암센터, 화상병원, 이식수술 병원, 신생아 센터 등이 있다. 독일의 연방공동위원회는 공적보험 관련 의료 정책 및 수가 등을 결정하는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며, 새로운 진단법 기술평가 또는 허가 등을 주관한다.

[출처] 독일의 국민의료비 재원 구성_건강보험정책연구원(2022)​
[출처] 독일의 국민의료비 재원 구성_건강보험정책연구원(2022)​

 

▶일본의 건강보험제도
3차 의료기관 경증질환자 이용 전무...소규모 동네 의원 원내 조제 허용

일본의 1인당 국민의료비는 2020년 기준 4,666 US$로 한국(3,582 US$)과 OECD 평균(4,272 US$)보다 높다. 국민의료비 대비 공공의료비 비중을 2010년 이후부터 80% 이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2020년 기준 83.4%로, 한국(62.6%)과 OECD 평균(76.3%)보다 높다. 의료비 대비 가계부담 비중은 2020년 기준 13.3%로, 한국(27.8%)과 OECD 평균(18.3%)보다 낮다.

일본의 건강보험제도는 독일처럼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지만, 강제 지정제를 도입하지는 않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행위별수가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1, 2, 3차의 의료기관으로 분리되어 있다. 가장 최상위병원이라 할 수 있는 3차 의료기관에는 경증질환 환자가 거의 이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특이한 점이다. 또한,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입원병상 수나 재원일수가 긴 나라인데, 이는 고령층에 대한 급여율을 높게 유지하고 있어 고령층이 재정적 부담 없이 진료 및 요양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에서는 병의원에서 원내 조제와 원외 조제를 임의로 선택할 수 있는 임의분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역이나 소규모 동네 의원들이 원내 조제를 할 수 있어 의료비를 절감하는 요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출처] 일본의 건강보장체계 요약도_건강보험정책연구원(2022)
[출처] 일본의 건강보장체계 요약도_건강보험정책연구원(2022)

 

주요국(프랑스, 독일, 일본) 건강보험제도 요약(summary)

[출처] 건강보험신문(2023.01.30)
[출처] 건강보험신문(2023.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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