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지원대책, 의료 현실에 적합한 대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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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 지원대책, 의료 현실에 적합한 대책인가?

  • 이경희 기자
  • 승인 2023.02.0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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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의료연구소, 필수의료 지원대책에 대한 비판적 분석과 개선방안 공개

△지역 사회에 유기적인 치료 네트워크가 자생적으로 생길 수 있도록 해야
△다른 일반 의료기관들도 중증응급 환자 치료에 나서서 환자를 분산시켜야
△필수의료 분야가 비인기 분야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의료 시스템을 정상화해야
출처: Pixabay
출처: Pixabay

최근 뇌출혈 간호사 사망 사건과 모 대학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입원 진료 거부 사태 등을 통해서 세계 최고라고 자부했던 대한민국의 의료 시스템의 심각한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수 많은 의료기관들과 보건의료 종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지금까지는 쉽게 드러나지 않았던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왜곡과 부작용들이 하나 둘씩 표면화하기 시작하면서, 이제 국민들도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 당장 전국적인 소아청소년과 진료 인프라의 붕괴와 수도권과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의 분만 인프라 붕괴는 저출산 및 인구감소 문제와 맞물리면서 더욱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의료 시스템의 문제로 인해 국민들의 불만과 불안이 지속되고, 필수의료 정상화와 관련하여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는 여론이 커지자 지난 1월 31일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발표하였다. 필수의료 지원대책은 크게 세 분야로 나누어 발표되었는데, 첫째는 ‘지역 완결적 필수의료 제공 대책’, 둘째는 ‘필수의료 지원 공공정책수가 도입 대책’, 셋째는 ‘충분한 의료인력 확보 대책’이었다.

필수의료 지원대책이 발표되자 의료계, 시민사회단체, 정치권 등에서는 다양한 평가가 쏟아졌고, 재원마련의 현실성 문제, 기존 정책의 재구성에 불과하다는 점, 의료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정책이라는 점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여러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바른의료연구소에서는 필수의료 지원대책의 내용을 면밀히 파악하고 분석하여, 이 대책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올바른 정책의 방향을 제시했다. 
 

◇필수의료 지원 '공공정책수가 도입 대책'의 문제점 및 대책

정부는 공공정책수가 도입을 통해서 중증 및 응급 질환에 대한 보상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보도에서 나타난 대상 질환이 최근 이슈화되었던 뇌동맥류, 중증외상 정도에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응급실 내원 24시간 내에 최종치료가 되었을 때 현행 수가의 2~3배를 가산해주겠다는 단서 조항을 붙임으로써 현실적으로 가산 수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반대로 가산 수가를 받기 위해 무리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아울러, 해당 가산을 권역응급의료센터 40개소와 상급종합병원(지역응급의료센터) 18개소에만 적용함으로써 대학병원 및 대형병원 중심의 지원을 벗어나지 못하여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대학병원 및 대형병원에만 지원을 하게 되면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일반 종합병원 등에서는 중증 외상 환자와 응급 환자를 더욱 기피하게 되어 환자들의 특정 병원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현재도 권역 및 지역응급의료센터는 1년 내내 포화 상태이고, 아무리 지원을 통해서 인력을 더 늘린다고 하더라도 한 병원에 단기간에 환자가 집중적으로 몰리게 되면 제대로 된 치료를 할 수 없어 치료 성과는 낮아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가산 수가의 대상이 되는 중증 및 응급 질환을 현실적으로 더욱 넓게 정하고, 다양한 중증응급 환자들이 상급종병이나 대학병원에만 몰리지 않도록 일반 종병 응급실과 중환자실에 대한 지원도 강화하여 지역 사회에 중증 및 응급 질환에 대한 유기적인 치료 네트워크가 자생적으로 생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지역완결적 필수의료지원 대책 중 '센터 지원 중심 대책의 한계점' 및 대책

정부는 현재 전국에 40개소로 운영중인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중증응급환자 최종치료까지 가능한 중증응급센터로 바꾸고, 중증응급센터를 전국적으로 50~60개소 정도로 확충하기로 하였다. 중증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책임진료기능(중증응급 질환별 수술 및 시술 제공 가능여부)과 관련 설비 등을 갖추어야 하고, 중증응급센터로 지정된 병원만이 권역외상센터, 소아전문응급센터, 권역심뇌혈관센터로 지정될 수 있게 하기로 하였다. 문제는 최종치료까지 가능한 중증응급센터를 제대로 만들려면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및 지원 인력들이 현재보다 훨씬 많이 필요하게 되는데, 해당 인력을 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타 의료파트보다 고강도 노동이 필요하므로 인건비가 더 높은 이러한 인력들의 인건비를 감당할 정도의 수가 가산이나 지원금 재원 마련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센터로 지정해서 지원금을 주는 방식에서 지원금의 기준을 만들어놓으면, 수가가 낮은 상황에서는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최소한으로만 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기 때문에, 지원 대책이 실제 진료량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리고 재난적 사고 발생 등으로 인해 특정 지역에 대량의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센터로 지정되지 않은 병원들은 평소에 중증응급환자를 볼 역량을 갖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센터 병원으로만 환자가 집중되고, 이러한 집중화 구조로는 재난적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센터로 지정된 병원뿐만 아니라 일반 의료기관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중증응급 환자 치료에 나서게 하여 환자를 분산시키려면, 중증응급 환자 치료와 일반 건강보험 급여 치료 만으로도 의료기관의 흑자 경영이 가능하도록 수가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응급심뇌혈관질환 전문치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로 몇 군데 권역심뇌혈관센터만을 중심으로 역량을 키워서는 안 되고, 지역 내 여러 병원에서 심뇌혈관센터가 운영될 수 있도록 수가 지원책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길 수 있도록 해야 이 분야에 지원하는 의사 및 지원 인력이 적정하게 확보된다.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전공의 대책과 지방 및 필수의료 대책'

정부가 발표한 당직제도 및 근무시간 개선은 현실적으로 당장 이루어지기 어렵다. 전공의특별법에서 정한 주 80시간 근로시간 기준도 대부분의 수련병원들이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직 및 근무시간 개선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리고 지방병원과 필수과목에 전공의들이 지원하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수도권 생활을 원하고, 미래 발전 가능성이 높은 직종을 선호하는 현상이 의료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따라서 지방병원의 전공의 정원을 늘리고, 비인기과로 전락한 필수의료 분야의 정원을 늘린다고 해서 실제로 지방과 필수의료 분야에 전공의 지원이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 또한 지방 의과대학 지역인재 모집 확대와 전공의 배치를 연계하는 것이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할지도 의문이다.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있는 대한민국의 상황을 감안하면, 인구가 있는 곳에 일자리와 기회가 있으므로 지금도 지방 의대 출신들이 졸업 후 또는 전문의 취득 후 일자리와 기회를 찾아 수도권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인구의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더욱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의사들의 수도권 이동도 심화될 것이 자명하다.

지방의료와 필수의료 관련해서 정부의 대책이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려면, 먼저 지방에 다양한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 질 수 있도록 국가적인 계획을 세우고, 필수의료 분야가 비인기 분야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의료 시스템을 정상화해야 한다.
 

바른의료연구소는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잘못된 의료제도나 정책을 심층 분석하여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7년 2월 13일 20여 명의 젊은 의사들이 주축이 되어 창립한 단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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