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 속 ‘응급의료’ 골든타임 놓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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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 속 ‘응급의료’ 골든타임 놓친다

  • 최수연 기자
  • 승인 2021.12.1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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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응급실 포화상태...최전방 응급실에 인력충원 등 현실적 대책‧지원 시급
(왼쪽부터)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 최석재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홍보이사
(왼쪽부터)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 박수현 의협 홍보이사 겸 대변인, 최석재 응급의학의사회 홍보이사

“코로나 상황 악화로 응급 의료현장은 매우 심각하다. 현재 응급실은 포화상태로 1%도 안 되는 코로나 환자 때문에 99%의 응급환자들이 손해보고 있다. 최전방인 응급실에 현실적 대책과 지원이 시급하다”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세로 위중증 환자가 쏟아지면서 응급실 현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는 지난 15일,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 최석재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을 초청한 가운데 응급의료체계 위기와 대안 마련 등을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가장 먼저 말문을 연 이형민 회장은 “지금은 응급의료 재난 상황이다. 교과서적으로 의료역량을 초과하는 환자가 발생하는 상황을 의료적인 재난이라고 한다. 현장 응급 의료진들이 느끼는 피로감과 좌절감, 위기의식은 언론보도보다 훨씬 더 심하다”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 환자나 발열 환자, 다른 호흡기 증상을 가진 환자가 많아서 응급실 입장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1시간에서 길게는 3시간까지 기다려야 한다. 인력과 시설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또 환자들이 대기하는 동안 의료진들이나 접수하는 분들과 트러블이 발생하기도 한다. 응급실 의료진은 이런 부담까지도 해결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최석재 이사는 “코로나 환자와 코로나 의심환자를 포함해서 모든 응급실 진료가 정체되고 있다. 예를 들어 직접 PCR검사를 하는 병원이라면 8시간에서 12시간 정도 소요되며 직접 PCR검사를 하지 못하는 병원의 경우는 18시간에서 24시간까지도 걸린다. 그러다보니 한번 음압병실에 들어가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 결과 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동반된 환자들은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형민 회장은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응급환자 진료에 전념해야 하지만 현실은 행정적인 업무가 늘어나고 복잡해졌다. 코로나 양성 환자가 나오면 병원 내 감염관리실과 지역 보건소, 방역 택시, 이송 업체 등 전화업무만 2~3시간 소요된다. 전화에 매달려 있으면 환자를 볼 수 있는 인력은 줄어든다”고 지적했고 최석재 이사는 “이러한 상황에도 추가적 지원은 전혀 없어 간호사들 사직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코로나 환자들은 2~3일 이상 응급실에 누워있는 등 응급실에 환자 재실시간이 길어지고 응급실이 코로나 노출로 격리되었다고 해서 병원 차원의 인력지원이나 추가보상은 없다고 지적했다.

응급실 포화상태, 꽉 막힌 응급실 문제에 대해 박수현 대변인은 “재택치료자에 대해 가벼운 의료요구는 재택치료자를 위한 단기치료센터 방문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수술이나 분만, 투석 등은 전담병원을 지정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확진자를 위한 특정 격리실이 아니라 하나의 센터에 모아 다시 응급환자 분류를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응급실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면 그 센터로 바로 보내서 그 안에서 다시 응급환자 분류를 하고, 재택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환자들은 재택으로 다시 보내주고, 보건소나 지역과 연계하고, 또 중환자실이 필요한 환자는 중환자 컨트롤타워로 연결, 이송·배정 등 순환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형민 회장은 “응급실은 비워야 한다. 응급실이 비어있지 않으면 응급환자를 볼 수가 없다. 일반 환자들이 같이 입원해 있는 병원에 코로나 환자가 입원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병원에 입원해 계신 분들은 일반적으로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이다. 따라서 코로나 환자와 동선을 분리한다고 하더라도 감염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최석재 이사는 “병원별로 병상확보 행정명령이 떨어졌다. 정부의 요청에 지원을 한다고 해도 굉장히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면서 “환자가 올 때 어떻게 동선을 나눌 것인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한 층을 병동으로 만들면 나머지 환자들의 안전이 문제가 되기에 시스템 분리가 필요하다. 또 환자들이 생활치료센터로도 입주하게 되는데 생활치료센터의 진료 역량을 키울 필요도 있다. 요양병원에서 오는 환자의 경우는 요양병원에서 먼저 코로나 PCR검사나 엑스퍼트검사를 해서 음성 확인을 하고 방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응급의료체계와 관련한 정부 지원으로 최석재 이사는 “새로운 감염병에 대한 대책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 일종의 ‘재난대응팀’이 있어야 하고 관련 시스템이 따로 준비되어야 한다. 그래야 기존의 응급의료시스템에 장애를 주지 않고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다”고 건의했다.

이형민 회장은 “코로나 상황이 악화되고 있음에도 정부는 계속 지켜보겠다고만 하고 있다. 현장은 매우 심각한데 안타깝다. 1%도 안 되는 코로나 환자 때문에 99%의 응급환자들이 손해보고 있다. 결국 다른 응급환자들에 대한 의료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의 상황은 엄중하다. 현재의 응급의료 상황에 대한 백서를 만들거나 분석이 없으면 향후에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수현 대변인은 “의사는 환자가 있어야 존재한다. 그래서 환자를 잃는 것이 의료진들에게는 가장 좌절감을 느끼는 일이 될 것이다. 응급실이 무너지면 최전방이 무너지는 것과 같다. 응급실은 골든타임이 있는 곳인 만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보다는 보다 빠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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