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있는 노인이 녹내장 발병 위험에 더욱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안과 녹내장 연구팀 정윤혜 교수는 2009년부터 2014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을 받은 국내 만 66세 노인(총 92만2769명)을 대상으로 자가 우울증 설문과 우울증 진단기록을 바탕으로 우울군(19만1636명, 20.77%)과 비우울군으로 나누어 이후 녹내장 발병 유무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우울군이 비우울군에 비해 녹내장 발병률이 12%로 높았다. 비우울군에 비해 ▲ 주관적 우울증 증상만 있는 경우 ▲임상적 우울증 진단 받은 경우 ▲우울증 증상과 임상적 우울증 진단이 동시에 있는 경우, 녹내장 발병률은 각각 9%, 23%, 36% 순으로 높았다.
또 임상적 우울증 진단 후 2년 이내 재발한 경우 녹내장 발병 위험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관적인 우울증 증상이 있고 우울증이 재발한 환자군의 녹내장 발병 위험은 무려 58%까지 증가했다.
우울증으로 인해 뇌유래신경영양인자(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등 향신경성 인자(neurotrophic factor)는 감소한다. 또 신경 사이의 연접 부위인 시냅스가 줄고, 자율신경 실조증(autonomic dysfunction) 등이 초래되는데, 이는 궁극적으로 망막신경절세포 손상으로 이어져 녹내장 발생을 야기할 수 있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는 국내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해 주관적 혹은 객관적인 우울증과 녹내장의 상관관계를 확인한 최초의 연구로서 의의가 있다”면서 “특히 인구 고령화에 따라 노인 우울증이 큰 사회적 과제로 대두되는데 이들에서 향후 녹내장 발병이 증가하여 실명으로 이어진다면 개인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더욱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 IF=3.998) 2021년 3월호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