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수거 노인 ‘신체∙정신적 건강’ 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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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수거 노인 ‘신체∙정신적 건강’ 적신호

  • 김정우 기자
  • 승인 2020.09.0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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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적 손상 유병률, 일반 인구 대비 10.42배 높아...최소한 안전 및 건강 보호장치 필요
(왼쪽부터) 강모열 교수-안준호 전공의
(왼쪽부터) 강모열 교수-안준호 전공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강모열 교수(교신저자), 안준호 전공의(제1저자) 연구팀이 2019년 서울시 강북구 폐지수거 노인을 대상으로 직업적 손상, 근골격계 통증, 우울증 등 신체적∙정신적 건강 상태를 조사한 결과 다양한 인구집단 대비 연령 표준화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폐지수거 노인 대상 건강 상담 경험이 있는 시민단체(아름다운생명사랑)와 협력해 총 5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연구 참여자의 88.33%가 65세 이상 노인이었으며, 대부분 리어카 및 쇼핑 카트 등을 이용해 수거하고 있었다.

고물상에 평균적으로 가져오는 폐지 및 고물의 무게는 44.44%가 50kg 이상이었고, 일부 수거 근로자들은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도 100kg 이상을 옮기고 있었다. 수거 업무 빈도를 살펴보면 20.37%는 일주일 중 1~2일, 48.15%는 매일 수거하고 있었다.

폐지수거 노인의 직업적 손상, 근골격계 통증, 우울증 각각에 대한 연령표준화 유병률 산출을 위해 연구팀은 일반 인구, 일반 근로자 인구, 육체노동자 인구(혹은 실업 인구) 등 다양한 인구집단을 대조군으로 비교했다.

직업적 손상에 대한 연령표준화 유병률은 일반 인구 대비 약 10.42배, 일반 근로자 인구 대비 약 5.04배로 나타났다. 직업적 손상 측면을 고려해 육체노동자 인구와 비교해도 4.65배 높았다.

근골격계 통증은 대조군과 비교해 연령표준화 유병률이 어깨, 손목, 무릎, 발목 통증에서 높게 나타났으나, 허리 통증은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우울 및 자살 혹은 자해 사고도 대조군들과 비교해 1.86~4.72배 높았다.

연구팀은 근골격계통증 관련 신체적 부담 및 자세의 위험성을 평가하기 위해 2명을 대상으로 동영상 촬영을 통해 폐지 수거 시 신체 요구량을 측정했다. 그 결과, 시간당 128.5kcal로 국내 형틀 목수 115.2kcal와 유사한 수준의 에너지 소모량을 보였다.

수거, 운반, 분류, 이동으로 구분한 작업별 자세 분석에서는 수거 작업이 특히 인간공학적 신체부담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로 인해 상지, 허리의 근골격계 질환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냈다.

또 폐지수집 노인 5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시행한 결과,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이유는 두 가지로 파악됐다. 첫째, 고령에 우울증까지 있는 경우 취업 및 소득 활동이 더욱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비교적 접근이 쉬운 폐지 수거를 하는 경향이 있었다. 둘째, 폐지 수거에 대해 상대적으로 사회적 시선이 좋지 않고, 빈곤으로 인한 자존감 저하가 원인일 수 있다는 점이다.

강모열 교수는 “폐지 수거 일자리를 권유하거나 유도할 수는 없지만, 우리 사회에 실제로 존재하는 구성원이므로, 최소한의 안전 및 건강에 대한 보호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며 “안전보건교육, 지속적인 야광 스티커와 조끼 배부 및 교체, 인간공학적 리어카 제공을 고려할 수 있고, 보다 근본적으로 소득보장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지망 확충을 통한 정서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환경연구∙공중보건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8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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