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은 뇌졸중, 치매와 함께 3대 신경계 질환 중 하나다. 그러나 정부는 유독 뇌전증에 대해서만 불평등한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편견과 차별을 해소하고 관련정책을 종합적으로 수립·시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절실하다”
홍승봉 뇌전증 편견대책위원장(삼성서울병원)은 지난 6월, 제24차 대한뇌전증학회 국제학술대회(KEC 2019)와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강조하고 정부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뇌전증 환자를 위한 뇌전증지원법 제정을 호소했다.
홍승봉 위원장은 “뇌전증은 반복적인 발작을 주 증상으로, 신생아부터 100세 노인까지 누구나 발병할 수 있다. 환자의 약 70%는 약물치료로 발작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함에도 학교생활, 취직, 결혼 등에서 많은 차별과 불이익을 받고 있다”면서 “뇌전증은 정신질환이나 전염병이 아니다. 고혈압과 같이 지속적인 치료를 받으면 사회생활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30%를 차지하는 약물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의 치료가 시급한데 난치성 뇌전증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뇌자도(MEG) 및 뇌를 열지 않고 작은 구멍만으로 뇌전증 병소를 제거하는 내시경 레이저 수술 장비, 두개골을 열지 않고도 침전극을 삽입하는 삼차원뇌파수술 등이 국내에는 단 한 대도 없다”면서 “두개골을 열지 않아도 되는 최신 기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뇌를 열고 수술을 해야 하는 우리나라는 뇌전증 치료 후진국이다. 약물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은 정확한 진단과 안전한 수술을 받기 위해 수 백 만원에 달하는 고비용을 부담하면서 미국, 유럽, 일본 등 외국으로 나가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홍 위원장은 “전국에 치매안심센터는 250여개에 달하는 반면 뇌전증지원센터는 단 한곳도 없다. 또 치료가 필요 없는 경도인지장애의 뇌 MRI를 위해서는 수천억을 지원하면서 치료가 시급한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에게는 정부 지원이 전혀 없다”면서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정책은 의료계의 또 다른 세월호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뇌전증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뇌전증 환자의 재활과 자립이 이뤄질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을 확보하면서 사회에 만연한 편견과 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관련 정책을 종합적으로 수립, 시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면서 “뇌전증지원법 제정을 통한 사회적 지지가 절실하다”고 거듭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