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당신의 장례식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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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당신의 장례식이라면,

  • 이말순 편집위원
  • 승인 2024.03.23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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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눈물이 나와요.”

한참 고개를 숙이고 흐느끼듯 눈물을 흘리더니만 그녀는 말을 토하듯 꺼내놓았다.

아마 우리 아들은 "엄마는 날 사랑했는데, 그것이 도리어 부담이 될 때가 많았어요. 덜 사랑해주고, 남은 힘으로 엄마 자신을 더 사랑했다면 엄마나 나도 더 행복했을거예요"라고 말할 것 같아요. 선생님의 질문을 듣고 생각해보니.

우리 딸은 엄마 걱정을 많이 했던 애인데요. 아마도 "엄마가 불쌍해요. 아빠가 항상 바쁘니 우리에게만 매달렸어요"라고 결국은 아들과 비슷한 말을 할 것 같아요.

그리고 남편은 "내가 매일 밖에서 바쁘게 일하는 것은 오직 가족을 위한 것인데, 돈 한 푼 안 벌어본 아내는 속편하게 불평만 늘어놓고 내 마음을 끝까지 모르고 갔을 거예요"라고 말할 것 같아요.

"내 주변 친구들은 저보고 바보 같은 삶을 살다가 간 여자라고 말하겠죠.”

 

50대 중반의 그녀에게 처음에 흘린 눈물의 의미는 무엇 인가요" 라고 상담자가 묻자.

죽었다고 생각하니, 이제 끝났구나하는 생각이 미치자 제 인생이……. 너무 후회가 되었어요.

그렇다면 가장 후회되는 것이 무엇 인가요라고 다시 묻자그녀는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내게 원하는 삶을 살아온 것이에요. 그런데 그것마저도 잘못 해석한 것 같아요. 남편은 물론이거니와 내 생명 같은 애들도, 엄마에게 자신들만 바라보고 살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고 내 인생을 털어 희생한 시간을 거부하네요. 내 인생을 어디서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쏟아졌어요.”

 

집단 상담을 진행하다보면 마지막 시간에는 오늘이 당신의 장례식이라면 당신과 어울렸던 사람들에게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요? 라는 질문을 던지곤 한다. 인간은 누구나 한 번은 꼭 죽음을 맞이할 것이기 때문에 각자 답이 있을 것이다. 이미 자신은 싸늘한 시신이 되어 관속에 들어있지만 영혼이 있어서 장례식장에서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서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다고 종교와 관계없이 가정을 한다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 것인지 예측해보는 것이다.

 

실은 집단 상담을 하는 동안 이 대목에서 집단원의 입에서 후회라는 단어는 단골 단어이다. 물론 살다보면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지 않았을 것이고, 만족하지 않았을 것은 당연하지만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단골 주제는 '후회'. 그 중에 하나,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해오고 살았다는 말이다. 너무 열심히 살아왔지만 정작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조차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막막할 수도 있다.

 

지금 이 순간 내 몸은 무엇을 원하는지, 내 마음은 무엇을 원하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나와의 대화를 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내 마음을 몰랐다는 거예요라고 되질문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매달려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게 한세상 살아오다가 문뜩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은 단순할 것 같은데 되게 새삼스러운 질문이 될 수도 있고, 낮선 질문이 될 수도 있다. 갈팡질팡 혼돈이 올 수도 있다. 이런 느낌이 오는 분이라면, 지금 두 눈을 감고 내 안에 집중을 해보고 나서 내가 지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해봐야 한다. 어느 순간 또 다시 누군가를 위한 생각이 들어올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생각을 알아차려야한다. , 그 생각이 들었군, 하면서 흘러 보내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려야 한다. 더 늦기 전에.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었는지. 가족에게는, 내 일터에서는, 내가 속한 사회에서는, 내 종교생활에서는, 내 친구에게는 등등……. 주제별로 다른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지금 이글을 보는 당신은 죽어서 기회가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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