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성 지적장애 아들과 같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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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성 지적장애 아들과 같이 사는 법

  • 이말순 편집위원
  • 승인 2024.03.16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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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장애 부모들은 우리 아들 정도면 다행이죠! 라고 쉽게 말하는데, 저는 너무 힘이 들어요. 남들이 보기에는 제법 말도 잘하고. 글씨도 쓰죠. 사지육신 건강하죠. 하지만 문제는 전반적인 판단 능력이 떨어지니 문제를 일으켜도 크게 사고를 쳐요. 핸드폰에서 게임머니를 무조건 지른다든지, 남의 집 가게에서 물건을 훔친다든지, 결국 소년원까지 갔는데…….

아예 지능이 많이 떨어지면 단순해서 엄마가 하는 대로 따라할 것이고, 사고를 쳐도 기껏 음식물을 너무 많이 먹거나, 우기고 소리를 지르거나, 옷을 더럽히거나, 물건을 잘 못 다루어 깨거나 하는 정도잖아요. 물론 이것도 힘들지만 결국 가족이 힘들지, 다른 이웃까지 힘들게 하지는 않지요. 하지만 우리 애는 자기 생각은 있는데 모든 것이 어설프기 때문에 사고를 끊임없이 저지르고 그 영역도 커요그러니 사고를 칠 까봐 밖에 내놓을 수가 없어요. 집에 조용히 있어도 그 순간 무슨 문제를 저지르고 있을까봐 한눈을 팔수가 없어요."

 

아들 때문에 힘들어하는 그녀는 스트레스 탓인지 항상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힘이 없고, 우울하다. 내시경을 해봐도 문제가 없다는데 그녀는 만성 소화불량이다. 그러다보니 체력이 떨어지고, 자연스럽게 사는 것은 우울할 수밖에 없다. 그녀는 현재 신체화 증상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몸의 기능에는 문제가 없는데 심리적인 이유로 몸의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이것은 고의로 아픈 척하는 꾀병과는 전혀 다른 증상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보니 아들에게도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자녀는 엄마가 매일 짜증을 내니 당연히 화가 나기 일쑤고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가족회의 끝에 장애인 생활시설에 입소를 신청해봤지만 입소 후 일주일도 못가서 퇴소를 당했다. 이유는 도둑질에 폭력성까지 있는데다가 지능이 좋으니 거짓말을 너무 잘한다는 것. 이런 장애인 대상자는 일선에서는 가장 힘든 이용자로, 결국 퇴소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녀의 경우, 감당하기에 너무 벅차고 힘들다. 아들과 같이 살아야 한다면 단순하지만 확고한 규칙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지시는 구체적이어야 하고 행동은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능이 떨어진 아들에게 복잡한 지시는 자녀를 혼란스럽게 만들기 때문에 단순하고 구체적인 지시를 해야 한다. ‘이것은 해야 해, 이것은 안 돼라고 부드럽지만 정확하고 단호하게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일관성 있게 그대로 진행해야한다. 상황에 따라 바뀌면 항상 자기 편한 대로 행동하기 때문에 갈수록 고치기가 어렵다.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부모의 상태가 불편한 감정이 올라오거나, 몸이 힘든 상태이면 그대로 스톱하고, 아무 것도 안하는 것이 도리어 도움이 된다. 짜증이 난 상태에서 시도를 하면 도리어 관계는 악화될 뿐이고 자녀는 더 자기 편한 대로 움직이기 마련이다.

 

그녀는 우선 자신의 몸이 건강 진단의 결과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였고, 자신의 몸이 항상 불안으로 경직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마음이 경직되면 우리 몸도 따라서 경직된다. 그녀는 아들이 문제를 일으킬 것 같은 불안감에 항상 신경이 곤두서 있어 자녀에게 짜증을 내거나 쉽게 화를 내는 것을 반복하였다. 사실 그 아들도 엄마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은 것인데, 매사에 엄마가 짜증을 내고 화를 내니 힘든 것이다. 거기에 판단 능력도 떨어지니 본인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지능이 떨어지는 아들도 실은 칭찬받고 싶은 것이지 짜증을 받고 싶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안타까운 현실은 지능이 떨어지는 아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해결의 출발점은 그 사실은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그 아들도 사랑받고 싶은 존재인 것을 기억해야 한다. 엄마가 미래에 대해 불안을 갖고 걱정을 해도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지금 이순간 아들의 문제점을 없애기보다는 잘하는 점을 찾아 칭찬을 통해 늘려야 한다. 문제가 터질 때 터지더라도 지금 이 순간에는 사랑하는 아들이고, 그 아들을 기꺼이 사랑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엄마에게 인정을 받고 칭찬을 받는 동안 자녀의 표정을 살펴보면 얼마나 간절히 기다렸는지 확인할 수 있다.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 때문에 고민하는 대신 지금 이 순간 자녀의 좋은 점을 찾아 칭찬한다면 조금씩 나아질 것이다. 그녀의 자녀는 지금 이 순간, 엄마의 사랑이 누구보다 오래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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