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대 교수, 25일부터 진료현장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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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의대 교수, 25일부터 진료현장 떠난다"

  • 나정란 기자
  • 승인 2024.03.16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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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 사직서는 대학별 자율적 제출...22일 3차 회의 열고 진행 사항 점검
성균관의대 교수비대위, 정부는 강압적 정책 추진 멈추고 이성 찾으라 “호소”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이달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한다. 25일은 행정처분 사전통지를 받은 전공의들이 의견 제출을 해야 하는 마지막 날로, 이날까지 의견 제출이 없으면 정부가 직권으로 면허를 정지할 수 있다.

15일 늦은 오후 제2차 회의를 가진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방재승, 서울의대)는 이 같은 결정을 알리고, 사직서는 대학별 진행 일정이 다른 점을 감안해 자율적으로 제출키로 했다고 전했다.

이날 총회에는 20개 대학(강원대·건국대·건양대·계명대·경상국립대·단국대·대구가톨릭대·부산대·서울대·아주대·연세대·울산대·원광대·이화여대·인제대·전북대·제주대·충남대·충북대·한양대)에서 전공의에 대한 사법적 조치와 의과대학 학생들의 유급 및 휴학 위기 시 사직서 제출 의향에 대한 설문 조사한 결과발표로 진행됐다.

16개 대학은 설문을 완료, 4개 대학은 진행 중인 가운데 설문이 완료된 대학들에서 사직서 제출 찬성은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 의대교수 비대위는 오는 22일 3차 회의를 열고 진행사항 점검 및 추후 일정을 논의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호소문을 통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어 파국에 이르게 된다면 진료현장을 떠나 대의를 위한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성균관의대 비대위는 “최근 한 달 동안의 의료공백 사태 속에서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삼성창원병원 교수들은 환자 곁에서 최선을 다했고, 암 환자, 중증환자, 응급환자들의 마지막 보루라는 심정으로 버티어 왔지만, 가중되는 진료 부담으로 체력적인 한계에 다다르고 탈진되어 환자들을 제대로 돌보기 어려운 처지에 이르렀다”면서 “국민의 건강을 수호하고, 우수한 대한민국 의료 수준을 망가뜨리지 않으려는 공직자들이라면 당연히 강압적인 정책 추진을 멈추고 이성을 찾으라는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남발되는 공수표식 재정지원책과 법적 근거 없는 행정명령들은 현시점 정부의 의료정책 추진이 과연 진정으로 이 나라 국민과 보건의료를 위한 것인지 의심케 한다”면서 “의료공백 사태, 의대생 휴학 사태 악화로 파국에 이를 경우 우리는 진료현장을 떠나 국민을 위하여 대의를 위한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다음은 전국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울대학교병원 방재승 교수의 16일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를 발표한지 39 일이 지났습니다. 한 달이 겨우 넘는 기간 동안 대한민국은 너무나 큰 혼란을 겪었습니다. 미래에 대한민국 의료를 책임질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정부의 일방적 정책에 좌절한 채 휴학과 사직을 선택하고 학교와 병원을 떠났고, 의대와 대학병원 교수들은 그들의 빈자리를 메우고 병원을 지키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왔습니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불안과 피해는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의대 교수들은 3월 18일까지 정부가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자발적인 사직을 하기로 결의한 바 있습니다. 역시 자발적 사직을 결의한 울산대와 가톨릭대에 이어 많은 의과대학에서도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어 왔습니다. 그간 의과대학 교수들은 정부와 의사 단체 사이의 강대강 대치 국면에서 대한민국의 의료 시스템이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을 막아 보고자 노력했습니다. 많은 관련 단체와 학자들은 정부와 의사 단체, 다양한 시민 단체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그 동안의 사회적 합의와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필수 의료, 지역의료, 공공의료를 실제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지속적인 논의를 제안하고 있으나, 안타깝게도 정부는 의사 증원 2000명이라는 숫자에서, 의사협회는 원점 재논의라는 입장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어제 저녁에 있었던 2차 전국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결과를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12일에 열린 전국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 1차 총회에서는 15일까지 각 대학 별로 교수 사직서 제출에 대해 의견을 모아오기로 한 바 있습니다. 어제 2차 총회에는 20개 의과대학 및 병원의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여해 각 대학의 진행 상황을 발표했고, 그 중 4개의 대학은 의견을 수집하는 중이며, 16개의 대학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음을 확인했습니다. 약 세 시간 반 가량의 회의 결과, 각 대학별 비상대책위원회의 진행 일정이 다른 것을 감안하여, 각 대학은 3월 25일부터 자율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의결했습니다. 또한 사직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환자의 진료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우리 교수들을 포함한 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아직까지 대학병원 진료는 유지되고 있지만, 남아있는 이들만으로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오래지 않아 대학병원이 무너지면서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에 장기간 지속되는 커다란 타격을 줄 것입니다. 정부와 의사 모두가 살리려고 하는 필수 의료 분야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필수 의료에 헌신하기 위해 힘든 길을 선택한 전공의들, 미래를 잃어버린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을 이 젊은 의사들 마음에 새겨진 상처는 오래도록 아물지 않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오늘도 커다란 걱정으로 이 사태를 지켜보고 계실 우리나라 국민 여러분의 건강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것입니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이 사태가 길어질수록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가 무너지고, 다시 회복되는 데에는 너무나도 힘겹고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학교와 병원을 떠난다는 결정을 발표하는 마음은 무겁고 참담합니다. 하지만 이런 결정은 필수의료를 살리고 더 좋은 방향으로 의료를 바꾸어 나가는, 대화와 토론의 장을 만들기 위한 저희 전문가들의 고육지책입니다. 어떻게든 이 사태를 빨리 끝내는 것만이 무너져가는 필수 의료를 살리고 앞으로 발생할 국민의 더 큰 피해를 줄이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정부와 의사 단체 모두 우리의 절박한 외침에 귀를 기울여 한 발씩만 양보함으로써 진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주기를 간곡히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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