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한 방울만 튀어도 자식 낳고 사는 아내보다 우선인 남편, 같이 살아야 할까요"
상태바

"피 한 방울만 튀어도 자식 낳고 사는 아내보다 우선인 남편, 같이 살아야 할까요"

  • 이말순 편집위원
  • 승인 2024.03.09 14: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밀착, 우리를 병들게 하는 위험한 관계-

 

남편은 항상 시댁이 우선이었어요. 결혼 전에는 그런 모습이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라고 여겼기에 참 좋아보였고, 그래서 결혼을 했는데... 시부모님은 남편이 8살 무렵에 이혼을 했는데 두 분 모두 굉장히 힘들게 사셨어요. 잘사는 두 집이 결합했는데 완전히 망해버렸거든요. 특히 남편은 부모의 이혼이 자기 집안의 불행의 시작이라고 여겼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남편은 시댁 문제에 관해서는 객관성이 전혀 없었어요. 평소에는 정말 합리적인 남편인데도 시댁 문제에 대해서 무조건 문을 닫고 저에게 일방적으로 이해를 강요해요. 오죽하면 제가 피 한 방울만 튄 사람이면 나보다 우선이냐고 항의를 했지만 남편은 십 년째 변하지 않아요. 손아래 시누이가 고도비만이고 방콕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가 쌓이면 일방적으로 종종 소리를 지르고, 손끝하나 움직이지 않고 저에게 대접만을 받아요. 일방적으로 시누이가 화를 내도 남편은 그냥 내버려둬요. 불쌍하다고만 하는 거예요. 아무리 시댁 식구가 문제가 있어도 그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제게 이해를 요구하는 것이죠. 이제 그만 포기하고 싶어요.”

 

십년 결혼 생활 끝에 심각하게 이혼을 고민하는 그녀, 평소에 남편이 합리적이고 정도 많고 착한데 도대체 원가족인 시댁문제만 나오면 이성을 잃고 무조건 시댁 식구 편을 들기 때문에 항상 갈등의 원인이었다고 한다. 그녀의 남편은 아버지랑 같이 살았는데 아빠가 아침 일찍 시장에 나가서 밤에 늦게 오는 바람에 항상 7살 어린 여동생을 돌봤다고 한다. 사실상 여동생에게는 부모 노릇을 해 온 것이다.

그녀의 남편은 어린 시절 힘들게 사는 동안 부모노릇을 대신하면서 지나치게 밀착된 가족으로 지낸 것이다. 밀착된 가족의 겉모습은 친밀한 가족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밀착된 가족 사이에서는 독립성이 결여되면서 상대의 잘못에 대해 수치심이나 죄책감을 동시에 느끼기에 객관성을 상실하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여동생의 문제점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아니라, 동생과 자신과 분리가 안 되기 때문이다. 동생의 문제점을 자신의 수치심으로 느끼기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 불편한 감정을 회피해버리는 악순환에 빠져있다. 그래서 동생의 잘못을 그냥 넘기기에 문제점을 갈수록 고치기가 어려워진다. 그에 반해 그녀는 평범한 가정에서 살아왔기에 형제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편하게 지적하고 자연스럽게 인정하면서 특별한 갈등 없이 살아왔었기에 더욱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녀는 남편이 자신보다 시누이나 시부모를 더 사랑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어린 시절 상처받고 살아온 남편과 이혼이 최선일까. 사실 사랑 하나만으로 이겨내기에는 힘든 과제인 것 또한, 사실이다. 남편은 본인조차도 동생의 수치심과 자신의 수치심이 결합되어 있다는 사실조차도 의식하지 못할 수 있다. 마치 죽을 것 같기에 회피하고 마는 것이다. 남편에게는 내 문제는 내 문제, 여동생 문제는 여동생 문제라고 분리하는 것에 대해서 이성적으로는 이해하는데, 감정적으로는 분리가 안 되는 것이다.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순간 회피해버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기에, 이 순간 아내의 문제점 지적은 남편의 불편한 수치심을 더 자극하고 도망가게 하는데 일조를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아내는 시누이의 문제점을 발견하였을 때, 바로 남편에게 지적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남편은 이미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기에 그 어떤 말도 소용이 없는 상황이다. 일단 잔소리를 멈추고, 본인의 감정 먼저 체크를 해야 한다. 아내가 짜증이 나는 목소리로 지적을 하면 이미 안전하지 않다는 신호로 남편은 받아들이기 때문에 이 순간 남편에게 보여야할 것은 "난 당신에게 안전한 사람입니다"라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 그 신호에 시작은 부드럽고 편안한 목소리가 그 신호이다. 지금 아내가 흥분되어 있다면 그 신호를 보낼 수 없는 상황이기에 먼저 아내는 자신의 상태가 어떤 상태인지 체크해야하고 흥분된 상태라면 평온한 상태로 되돌리기 전에는 멈춤 상태에 머물러야 한다. 이 때 필요한 것이다. (), (), (), () 훈련이다. 차가운 것으로 머리를 식히고, 잠깐 움직임을 활발히 해보고, 복심호흡이나 근육이완 훈련을 통해 평온상태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준비가 되어 있다면, 여동생의 행동을 사실 그대로 서술하고, 그 상황에 대해서 남편의 의견을 중립적으로 물어보는 것이다.

자기야, , 아가씨가 걱정이 돼, 체중은 계속 느는 데 식사 조절이 안 되는 것 같아. 당신 생각은 어떻게 하면 좋을 거 같아.”

물론 쉽지는 않다. 처음부터 남편은 아내가 원하는 답변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심각한 갈등으로 번지는 것은 막을 수 있다. 남편을 수치심으로 내모는 것을 막아야 남편에게서 정상적인 답변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해서 결혼 했으니, 시도도 안 해보고 포기하기에는 아까운 사람이라면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