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하고 있는 생각이 왜 괴로움을 낳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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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하고 있는 생각이 왜 괴로움을 낳을까.

  • 이말순 편집위원
  • 승인 2024.02.04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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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다니기 싫어요.

학교에서 무슨 일이 생겼는데?

복도를 지나가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저를 째려봐요. 모든 학생들이 다 저를 싫어해요.

~ 속이 상하겠다. 그런데 혹시 너를 실제로 째려보는지 물어봤니?

아니요. 제가 생각했는데 분명 째려봤어요.”

 

밤새 생각을 하다가 밤을 꼬박 샜다는 이야기는 너무 흔한 이야기이다. 그 수많은 생각들이 사실이라고 믿고 있지만 정말 사실일까.

 

파스칼이 팡세에서 했던 말 중에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이다라는 핵심경구는 아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인간은 하루에 오만가지 생각을 한다고 한다. 인간이 다른 생명체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생각을 할 줄 아는 독특한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의 생각은 소리 없는 언어로 구성되어 있다. 생각은 외부영역인 의식주부터 건설, 우주탐사, 미래계획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하지만 내부 영역에서 생각의 기능은 어떨까.

잠깐 눈을 감고, 시쿰한 오렌지를 반쪽 잘라 입에 넣었다고 생각을 해보자. 말 그대로 생각만 해보는 것이다. 하지만 어떨까. 이미 입안에는 침이 그득히 고인다. 실제로 먹은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신체적, 심리적, 정서적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인간은 감당하기 어려운 생각과 감정을 거부하거나 부인하려고 애를 쓸수록 실제 벌어지는 사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언어가 주는 효과로 인하여 원래의 고통에다가 괴로움까지 가중 시키고 만다.

왜 생각할수록 고통이 가중되는 것일까? 생각의 도구인 언어는 과거 수치도 현재로, 미래의 불안도 현재로 경험하게 하는 마술을 부리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어를 가진 인간만이 자살을 한다고 한다.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나을 거야.’

죽으면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을 거야.

죽어서 더 행복한 곳으로 갈 거야.라고 미래를 예측하는 생각을 사실로 믿고 자살을 선택한 것이다.

 

무수한 단어 중 두 개를 선택하고 원인과 결과를 만들어보자. 다음에는 거꾸로 결과를 원인으로, 원인을 결과로 만들어보면 논리적으로 전혀 관계없는 사건들이 말이 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그런 언어적 효과로 인하여 인간은 내적인 생각들의 그 모든 것이 충분히 말이 되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사실로 확신을 갖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이 관련된 대상들로부터 추출된 특징을 가지고 관련성을 정당화시킨다. 사실상 모든 것이 다른 모든 것의 원인이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마음은 그러한 관계에 대한 정당화를 항상 찾아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을 그만 하고 싶어도 그놈의 생각은 중지가 어렵다. 생각을 그만하려고 하면 더 생각나는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절대로 기억하지마라고 소리를 지른다면 더 기억이 나는 것과 같다. 인간의 뇌는 마이너스는 없고, 단지 플러스만 있기 때문이다.

생각은 사실이 아니라 생각일 뿐이다. 복도를 지나가는데 상대가 나를 째려본다고 나는 생각을 하고 있구나 등의 관찰자 시점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그냥 생각일 뿐이다. 지금, 과거에 벌어진 수치스러운 일로 힘들어 한다면 그냥 지나간 일로, 아무리 생각을 더해도 결과는 바꿀 수 없는 것이다. 내일 시험을 오늘 하루 종일 걱정을 해도 내일 시험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내부적인 생각은 생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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