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명 이상의 국민들이 보험급여를 해달라는 청원까지 있었던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가 보험급여권 진입에 실패했다. 지난 11일 올해 1차로 열린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엔허투가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다음 달에 엔허투의 급여적정성 여부를 다시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다이이찌산쿄·아스트라제네카의 '엔허투주'(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는 기존 치료제보다 획기적인 효과를 보이는 유방암 신약으로 알려져 있다. 효과가 좋은 것에 비해 고가의 약제여서 비급여로 투약할 경우 한 달에 약 1000만원 이상의 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
때문에 2022년 국내 허가 심사를 촉구하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이 올라온 바 있다. 그 이후 2023년 4월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의 신속승인 요청에 관한 청원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의 건강보험 승인 촉구에 과한 청원 등을 심사하기도 했다.
말기 유방암 환자들의 희망 신약으로 떠오른 엔허투로 인해 유방암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방암 생존율, 4기 되면 34%로 급감
유방암은 유방에 생긴 악성 종양으로 전 세계 여성암 중에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암이다. 2020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여성 유방암 환자는 2만 4806명으로 전체 여성암의 21.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암에 비해 사망률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유병률이 높기 때문에 체계적인 관리가 중요한 질환이다. 유방암 생존율은 전체적으로 90% 이상이지만 4기로 진행되면 34%로 급감한다. 통계청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2021년 4050여성 사망자는 총 1만 865명이고, 이 가운데 11%인 1212명이 유방암 단일 질환으로 사망했다. 따라서 유방암 환자에서 효과가 있는 약물로 치료한다는 것은 생존율 향상에 매우 중요하다.
유방암은 다른 암에 비해 종류가 많은 편이다. 유관과 소엽의 상피세포에 주로 발생하는 암과 그 외의 간절 조직에 생기는 암으로 나눈다. 대부분 암은 유관과 소엽에 생긴다. 유관과 소엽에 생기는 암은 주위 조직으로 퍼진 정도에 따라 침윤성 유방암과 암이 점막 상피층을 벗어나지 않은 상피내암인 비침윤성 유방암으로 나뉜다. 침윤성 암은 유관이나 소엽의 기저막으로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된 암이라고 할 수 있다.
유방암은 진행 정도, 발생 부위, 크기 등에 따라서 수술, 항암화학적요법, 방사선치료, 항호르몬요법을 조합하여 치료한다. 대부분은 수술을 하고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진행하게 된다. 수술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항암화학요법, 항호르몬 요법, 방사선 치료를 이용하여 증상을 완화시키고 암의 진행을 막고 삶의 질을 높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치료를 진행한다.
항암화학요법은 수술 전 종양 사이즈를 줄이거나 수술 후에도 남아있을 수 있는 암세포를 없애고 암이 재발하는 것을 막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에 사용한다. 보통 전신에 작용하기 때문에 전신에 퍼져 있는 미세전이 암세포에도 적용 가능하다. 항암화학요법에서는 세포독성항암제와 표적항암제를 치료제로 사용한다.
항호르몬 요법은 암세포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나 프로게스테론이 그 수용체와 결합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해당 호르몬 자체의 분비를 억제한다. 표적 치료는 유방암 세포에서만 발현되는 수용체, 단백질, 변이유전자 등을 선택적으로 차단해서 정상 세포에도 피해를 덜 주는 약물을 사용한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여 죽이도록 하는 면역항암치료도 있지만 아직은 임상시험 단계에 있다.
세포독성 항암제·표적 항암제·호르몬성 항암제로 치료
유방암 치료제는 크게 세포독성 항암제, 표적 항암제, 호르몬성 항암제로 구분된다. 세포독성항암제는 암세포의 증식 기전을 억제하여 항암효과를 가진다. 세포독성항암제는 DNA 복제와 합성 과정에 작용하여 DNA 합성을 억제하거나 구조를 손상시켜 암세포의 DNA에 작용하여 항암효과를 나타낸다. 세포독성항암제는 암세포가 빠르게 분화하는 특징을 이용하여 작용한다.
세포독성항암제는 알킬화제, 대사길항제, 천연유래항암제, 항생항암제, 미세소관 저해제 등으로 구분된다. 알킬화제 기전의 약물로는 시클로포스파미드가 해당된다. 대사길항제 기전의 약물로는 메토트렉세이트, 5-FU, 시타라빈 등이 해당된다. 천연유래항암제 기전에는 빈블라스틴, 항생항암제 기전에는 빈블라스틴, 독소루비신, 에피루비신, 미톡산트론 등이 해당된다. 미세소관 저해제 기전에는 파클리탁셀, 도세탁셀 등이 있다.
표적항암제에는 HER2 수용체에 작용하거나 암세포의 신생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항암제인 단일클론항체와 HER2 수용체의 신호전달 체계에 작용하는 신호전달 억제제로 나뉜다. 단일클론항체에는 트라스투주맙, 퍼투주맙, 트라스투주맙엠탄신, 베바시주맙 등의 약물이 해당된다. 신호전달 억제제에는 라파티닙 등이 해당된다.
항호르몬제는 에스트로겐 수용체 차단제와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결합하여 항암효과를 나타내는 타목시펜과 에스트로겐 생성을 줄이는 아로마타제 억제제가 있다.
에스트로겐 수용체 차단제에는 타목시펜, 풀베스트란트 등의 약물이 있으며 아로마타제 억제제에는 아나스트로졸, 레트로졸, 엑스메스탄 등의 약물이 해당된다.
이처럼 유방암 치료제는 이미 다양한 약물이 사용되고 있지만 의료현장에서는 유방암에 대한 치료 보장성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대한종양내과학회와 대한항암요법연구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강기윤 의원과 면담을 가진 바 있다.
이 자리에서 두 학회는 유방암 신약 급여 평가 체계 개선을 위해 신약 경제성 평가의 유연화, 신약 평가 단계의 효율화, 환자 본인부담율 다양화 등을 제안했다.
의료계에서는 “유방암 환자들은 한 가정의 어머니라는 지위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정의 안녕과 연결되는 문제”라며 “생존기간을 연정시킬 수 있는 신약의 빠른 도입은 우리 사회의 전체적인 비용 감소에 장기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