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왜 그럴까요. 대놓고 할 말을 못한 날은 친구를 붙잡고 상대의 뒷담화를 하는데 시간을 보내요. 하고나면 속이 후련하기도 하구 후회도 되기도 하고, 뭔가 허전하기도 한데, 문제는 제 뒷담화가 뒷담화 당사자에게 전해진 거예요. 뒷담화 때문에 개망신을 당한 거죠.”
지금 누군가에 대해 뒷담화를 하고 싶은 순간이라면 당신의 상처 입은 영혼이 위로를 받고 싶은 순간이다. 나도 모르게 삐져나온 열등감을 인정하지 못하고 샛길로 빠지고 있는 것이다. 살다보면 상대에게 대놓고 할 수 없는 말이 얼마나 많겠나. 상대에게 직접하다보면 다시 안 만날 사람이면 모르겠지만 뒷수습이 어려울 수 있다. 그러다보니 손쉽게 뒷담화에 빠지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뒷담화를 안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있어도 실제로 안 하는 사람은 드물다. 이는 당사자에게 대놓고 할 수 없는 말을 뒷담화로 대신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뒷담화란 전형적인 수동공격성으로, 자신보다 우위에 있는 사람에게 직접 공격하지 못하고 간접적인 공격 행태를 보이는 것으로, 일종의 미성숙 방어기제이다. 사실 관계를 향한 공격성에서 뒷담화라는 수단은 공격 행동을 하는 자신도 공격적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며, 외부적으로 공격 행동이라고 평가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며, 더욱이 이들은 관계를 중요시하고 그 관계를 깨고 싶지 않다는 동기가 있다는 점이다.
청소년의 경우 뒷담화를 통해 욕을 하거나 따돌림 그룹을 형성해서 대상 청소년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분노를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상담과정에서 분노를 건강하게 조절하기 위한 시도로 뒷담화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는 뒷담화를 이용한 일종의 정서적 환기 효과로 타인에 대한 분노를 해결하려는 시도인데 상대에 대한 분노를 뒷담화로 종이에 적고 발표한 다음 구겨서 찢어버리는 분노 표현법이 분노 조절에 효과가 있었다.
사람들이 뒷담화를 하는 이유는 오만 가지다. 기본적으로 수동공격성이 떠오르겠지만 인정받고 싶은 욕구도 한 몫 한다. 대화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이 묵살당했거나 표현하지 못한 경우 뒷담화의 실마리가 되는 경우도 많다. 때론 경쟁욕구로 인해서 상대에 대한 경쟁을 경쟁 마당이 아닌 곳으로 확장된 것이기도 하다.
뒷담화 기능에는 그 순간의 욕구충족기능이 있지만 역기능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뒷담화를 하는 그 순간에 감정해소를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에 상응한 불편감이 있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뒷담화에 빠지는 것이다. 이왕 뒷담화를 하려면 안전하게 하는 것이 어떨까. 가장 손쉬운 방법에는 전문 상담가를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다. 일단 비밀이 세어나가지 않을 것이니 안전할 것이요. 또한 내가 왜 뒷담화에 빠지는 지 자신을 통찰할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