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fun한 프로젝트, 옆구리 찔러 절 받기
상태바

나를 위한 fun한 프로젝트, 옆구리 찔러 절 받기

  • 이말순 편집위원
  • 승인 2023.12.09 14: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여 년 동안 남편과 두 아들의 생일을 정성껏 챙겼는데 저는 단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어요.

저는 남편과 자식들에게 평생 푸대접을 받고 살았어요. 우리 집 남자들은 받기만 할 줄 아는 정말 이기적인 존재들이에요

40대 후반 여자로 체구가 작은 내담자는 자신의 처지가 불쌍하게 느껴지는지 금세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그러게요. 많이 서운했겠어요. 그런데 혹시 이 이야기를 그 이기적인 남자들에게 한 적이 있었나요

그러자 해서 뭐하겠어요. 알아서 해줘야 진정한 마음이 들어나는 거지. 옆구리 찔러서 절 받기를 할 순 없잖아요 이제는 포기했어요."

 

그런데 그녀가 정말 포기했을까. 그녀는 아마 남은 인생동안 끊임없이 자신을 학대하면서 힘들어할 것이다. 자책과 남자에 대한 푸념을 번갈아 쓰면서 말이다. 그녀는 지속적으로 이면대화를 해왔을 것이다. 속마음은 선물을 받고 싶고, 가족들이 자신의 생일을 기억해주길 바랬을 것이고, 가족들이 생일을 잊어버렸을 때 자신이 무시당하는 것 같아 서운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괜찮아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렇게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건강한 대화는 교류분석에서 말하는 상보적 교류이다. 기대한 대로 반응이 돌아오는 대화법으로 듣는 사람이 적절한 자아 상태에서 말하는 사람의 생각을 수용하며 동시에 기대하는 반응을 되돌려 보낼 때 이루어지는 소통이다. 예를 든다면, 이번 주 토요일이 내 생일이야, 그러면 상대는 아~ 축하해. 진심으로 그날 어떤 선물을 받고 싶어. 식으로 소통이 되는 대화이다.

두 번째 갈등을 일으키는 대화는 교차적 교류로 소통이 깨지며 쌍방 간에 긴장과 갈등을 만들어 대화가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이다. 예를 들면, 이번 주 토요일이 내 생일이야, 그래서 뭐? 라고 대답이 오는 대화이다.

세 번째로 이면적 교류로 실제 의미(사회적 메시지)는 이면 메시지(심리적 메시지)를 숨기고 있어 진정한 대화가 아니라 표면적인 대화일 뿐이다. 생일을 잊어버려 미안하다고 상대가 말했을 때 속으로는 정말 서운하면서 아니 괜찮아 라는 식으로 대답을 하는 것이다. 그녀는 주로 이면적 교류 방식 대화를 하고 산 것이다.

 

왜 그녀는 이면적 교류 대화 방식을 선택했을까. 우선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것에 주저한 것이다. 상대가 알아서 챙겨줬으면 좋으련만 그런 운은 없었던 것이고. 솔직하자니 뻔뻔하다고 느꼈던 것이다. 항상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것을 주저했을 것이고, 혼자 기대하고 혼자 무너지는 것이 반복된 것이다. 그녀의 남자들은 그녀가 이렇게 속이 상한지도 애초에 몰랐을 것이다. 사실 지속적으로 받으면 너무 당연한 일이 되고 만다. 익숙해지다 보면 고마움조차도 무덤덤해진다. 내 안에 있는 마음을 표현하지 않으면 내 뱃속으로 낳은 자식도, 한 이불 덮고 자는 남편도 모른다. 사실, 심리전문가들에게 지속적으로 하는 충고가 있다. 내담자에 대해서 not knowing이다. 다시 말하면 적당히 추리하고 단정 짓지 말고 일단 상대에 대해서 모르는 것으로 여기고 직접 물어보라는 것이다. 심리전문가 입장에서도 내담자에 대해서 무조건 물어보는 것으로 시작을 한다.

 

용기 있는 자만이 미인을 얻는다는 흔한 고사가 있는데 행복해지고 싶다면 솔직, 뻔뻔, 당당해져야한다. 내가 나를 안 챙기는 데 도대체 그 누가 나를 챙길 것인가. 12월이 되면 새로운 달력을 받는다. 달력에다 가족의 생일 마다 크게 동그라미를 쳐놓고 디데이를 진행해야 한다.

이번 달에는 엄마 생일이 있어. 나는 그날 어떤 선물을 받고 싶어." 그리고 디데이 몇 일하면서 무심한 가족들에게 지속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나를 위한 fun한 프로젝트, 옆구리 찔러 절받기는 행복하기 위한 용기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