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트롯에 빠지는 이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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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트롯에 빠지는 이유는 ?

  • 이말순 편집위원
  • 승인 2023.11.18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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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얼 믿은 걸까 부족했던 내게서

나조차 못 믿던 내게 여태 머문 사람

무얼 봤던 걸까 가진 것도 없던 내게

무작정 내 손을 잡아 날 이끈 사람

최고였어

그대 눈 속에 비친 내 모습

이제는 내게서 그댈 비춰줄게

 

임영웅의 이제 나만 믿어요노래 가사이다. 한때 저질 음악(?)이라고까지 치부했단 트롯이라는 대중음악 속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코로나를 기점으로 푸욱 빠져들었다. 왜 그럴까.

 

코로나 시점에는 많은 사람들과 접촉보다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기간이었다. 혼자 생각하는 시간도 더불어 많아졌다. tv 조선의 내일은 미스, 미스터 트롯이라는 프로그램의 흥행 경쟁력 탓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일반 대중들의 가슴속에 내 이야기 같은 가사와 감성을 호소하는 음정이 사람들의 가슴을 뒤 흔든 것이다. 거기다 잘생긴 젊은 남자 가수와 어여쁘고 젊은 여자 가수가 부르니 대리 만족에는 더할 나위 없었다. 혼자 있는 시간에 조금은 유치하고 부끄럽고, 취약한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도 되는 가사와 음정이 대중의 공감대를 만든 것이다.

사실 심리전문가 입장에서 본다면 감정은 저질스럽고 유치한 것과 고급스러운 것으로 나누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그냥 감정은 옳고 그름도 아닌 있는 그대로, 그 자체는 생존을 위한 반응이다. 굳이 나누자면 그저 불쾌하고 유쾌하다고 나눌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의 정서는 감정조차도 좋고 나쁨으로 구별하였고, 표현하는 것보다는 억누르는 것이 더 체면을 지키는 것이라고 착각하고 살아온 민족이었다. 그런데 혼자 있는 시간에 젊고 거기다 멋지고 잘생긴 가수가 부끄럽고 취약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노출하는 모습 앞에서 녹아든 것이다. 부족해도, 모자라도, 부끄러움도 실연을 당해도 그자체로 아름다워지고 마는 노랫가락에 혼자 숨기고 아팠던 가슴을 열어놓은 것이다.

이미 내 안에서는 불편한 감정을 느껴버렸는데, 타인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면 안 돼라고 부인당하면 스스로 대처할 방법은 전혀 없다. 내 안에서 일어난 감정을 부인당하면 내 존재의 부인이다. 이유는 내 안에서 이루어지는 오만가지 생각과 감정이 일어나지만 사실 통제권이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자신의 우월한 점은 당연하게 여기기 때문에 의식하지 못하지만 부족한 부분은 지나치게 의식하고 산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취약점을 감추고 엄폐하면서 고단하게 산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에너지 상당부분은 누르는데 허비하기 때문에 어설프게 즐겁고, 어설프게 슬프고 만다. 나의 취약점의 족쇄는 상대가 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쥐고 있는 셈이다. 나의 취약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오픈 하는 것이다. 그것이 자유로움의 시작이다. 안에 있을 때는 괴물처럼 크지만 막상 꺼내놓으면 대부분 별것이 아니다. 살다보면 생기는 스크래치에 불과하다. 나의 취약점도 나의 소중한 일부이다. 기꺼이 인정해버리면 그 순간 묵은 족쇄에서 자유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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