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삶 속에는 넘어지는 경험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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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삶 속에는 넘어지는 경험도 필요하다.

  • 이말순 편집위원
  • 승인 2023.11.04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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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 어떻게 해??

이렇게 묻는 사람이 유치원생도 아니고 20을 넘어 30을 바라보는 나이라면 어떤 기분이 들까.

우리 아들은 엄마랑 워낙 각별한 사이라서 시시콜콜 엄마에게 다 물어봐요.”

자못 자랑스러운 듯, 이렇게 말하는 옆집 엄마의 너스레에 한숨이 절로 나온 적 없나요?

가족 간의 지나친 밀착은 사랑이 아니라 구속이다. 엄마의 자기만족일 뿐이다. 건강한 경계를 갖지 못한다면 불행은 그 가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가족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까지 불행하게 만든다.

사실 가족 간의 대화는 정말로 필요하다. 하지만 인생을 먼저 산 사람의 지식을 송두리째 물려주다보면 자식의 인생은 부모의 반복 재생일 뿐이다. 내 자식에게 편안한 비단 길을 물려주려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자칫 잘못하다가는 평생 성장하지 못하는 어린아이로 만들 수 있다.

 

엄마! 엄마, 나 그 친구가 짜증이 나는데 어떻게 해?

. 뭐가 짜증이 나는데.

으음. 내가 엄청 잘해줬는데도 나보다는 딴 친구를 더 좋아해.

으음 그래서 짜증이 났구나. 정말로 짜증이 날 수 있겠다.

너는 그 친구랑 어떻게 하고 싶은데.

몰라 ~~ 엄마가 알려줘…….

엄마도 몰라. 네가 아닌데 나도 모르지.

그런데 만약에 그 친구랑 헤어지면 어떨 거 같아.

으음……. 그래도 그 친구랑 같이 있으면 재미있는데 심심할 거 같아.

그 친구가 싫기도 하지만 좋기도 하구나.

그럼 그 친구랑 계속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아

실은지난 번 내가 욕심 부리고 장난감을 나만 가지고 놀았어. 그래서 내가 미워졌나 봐.

! 우리 아들이 욕심 부린 것을 후회하는 구나.

우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구나. 멋지다. 우리 아들!

아들은 그 친구랑 어떻게 하고 싶어.

으음. 한번 다시 말을 걸어볼래.

그래 다시 한번 그 친구에게 말을 걸어봐. 지난번 잘못에 대해 사과도 해보고.

혹시 그래도 그 친구의 마음이 변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것은 아까운 것 같아.

초등학교 1학년 아이와 엄마의 대화다. 엄마는 아들에게 바로 답을 주지 않았고, 아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자 자신의 행동을 통찰하였고, 자신이 원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엄마는 자녀에게 정답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 길을 찾아가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 필요하다. 설혹 경험을 하다보면 진짜로 넘어질 수 있다. 하지만 넘어질 수 있는 것은 본인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삶은 언젠가는 누구나에게 끝이 오게 되어있다. 온전히 경험하지 않고 생을 건너 가버린다면 온전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 너무 뻔 한 말이지만 답을 주기보다는 부모랑 같이 사는 동안 답을 찾아가는 연습을 하다보면 스스로의 힘으로 성장해갈 것이다. 자녀에게 자신이 경험에서 터득한 답을 바로 주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자녀의 생동감 있는 삶을 포기하게 만드는 지름길로 자녀를 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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