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세포육아종 마다가스카르 청년, 한국서 미소 되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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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세포육아종 마다가스카르 청년, 한국서 미소 되찾아

  • 박진옥 기자
  • 승인 2022.11.0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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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열악한 의료 환경으로 10년간 방치 종양 “대수술” 성공적
(앞줄 왼쪽 세 번째부터)플란지와 최종우 교수가 관련 의료진 등과 사진 촬영하고 있다.
(앞줄 왼쪽 세 번째부터)플란지와 최종우 교수가 관련 의료진 등과 사진 촬영하고 있다.

입안에 생긴 15cm 이상의 얼굴 크기만 한 거대종양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렵고, 동네에서 따돌림받던 마다가스카르의 한 청년이 한국을 찾아 새로운 삶을 얻었다.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최종우 교수팀은 마다가스카르 오지의 열악한 의료 환경 탓에 입안에 얼굴만 한 크기의 종양을 방치해 온 플란지(남·22세)의 거대세포육아종을 제거하고 아래턱 재건 및 입술 주변 연조직 성형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최근 밝혔다. 건강한 미소를 되찾은 플란지는 11월 5일 귀국을 앞두고 있다.

플란지는 8살 때 어금니 쪽에 통증이 있어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치아를 뽑았다. 이때 발치가 잘못된 탓인지 플란지의 어금니 쪽에 염증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근처에 제대로 된 의료시설이 없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채 10여 년간 방치했다.

작았던 염증은 거대세포육아종으로 진행되며 점차 커졌다. 얼굴 크기만 한 종양이 입안에 생겨 음식을 먹는 것은 물론 대화조차도 점차 힘들어졌고, 종양을 만지거나 잘못 부딪히면 출혈이 자주 발생해 일상생활이 점점 어려워졌다.

거대세포육아종은 100만 명당 한 명에게 발병한다고 알려진 만큼 희귀한 질환이다. 초기엔 약물로도 쉽게 치료할 수 있지만, 플란지의 경우 오랜 기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종양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만큼 거대해졌다.

10여 년간 종양을 방치하던 중 마다가스카르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하는 이재훈 의사가 2021년 초 우연히 플란지를 발견하고 수술이 가능한 한국의 의료기관을 수소문하던 중 서울아산병원이 흔쾌히 응했다. 이재훈 의사는 2018년 아산사회복지재단에서 선정한 아산상 의료봉사상 수상자로 서울아산병원과 인연이 있다.

9월 16일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최종우 교수팀은 치과, 이비인후과와 협진해 8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진행했다. 15cm 이상의 얼굴 크기만 한 종양, 무게는 무려 810g에 달하는 플란지의 거대육아세포종을 제거하고, 종양으로 인해 제 기능을 못하던 아래턱을 종아리뼈를 이용해 재건한 뒤 종양 때문에 늘어나 있던 입과 입술을 정상적인 크기로 교정하는 수술이다.

플란지의 치료비용 전액은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서울아산병원에서 지원했으며, 가벼운 얼굴과 해맑은 미소를 되찾은 플란지는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치료할 수 없다고 포기한 내 얼굴을 평범하게 만들어주시고,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해주신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에게 너무 감사드린다. 평생 혹을 달고 살아야 한다는 좌절감뿐이었는데 수술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처음 꿈이 생겼다. 선교사가 되어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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