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시민 4명, 장기기증으로 15명 살려
상태바

평범한 시민 4명, 장기기증으로 15명 살려

  • 박진옥 기자
  • 승인 2021.12.03 12:08
  • 댓글 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기조직기증원 “타인 위한 생명 나눔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일”
(왼쪽부터) 이은영-김숙필-이서연-박귀 기증자
(왼쪽부터) 이은영-김숙필-이서연-박귀 기증자

평범한 대한민국 시민 4명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15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하늘의 별이 되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원장 문인성, 이하 KODA)은 3일, 이들이 보여준 기적을 알리고 “추운 겨울, 평범한 어머니, 아버지들이 보여준 나눔 정신이 헛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무엇보다 기증해 주신 분들의 뜻이 훼손되지 않는 문화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28일, 인천광역시 계양구에 사는 이은영(43세) 씨는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이송됐지만, 결국 깨어나지 못했다. 11월 4일 폐, 간, 신장(양측), 안구(좌, 우)를 기증, 6명을 살렸다. 이 씨는 어린 시절 전신화상을 입은 적이 있고, 뇌의 혈관이 꼬여있는 모야모야병을 앓는 등 다소 어려운 삶을 살아왔기에 다른 사람들보다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다.

이 씨의 남편은 “기증에 대해 평소 생각하지 않았지만, 얼마 전 5살 소율 양의 기사를 보고 기증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삶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기증을 결심했다”며 “어린 두 남매도 언젠가 엄마의 기증에 대해 자랑스럽게 여기고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순간이 왔으면 좋겠다”고 눈물지었다.

경기도 광주에 사는 고 김숙필(86세) 씨는 요양원에서 지내다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으나 안타깝게도 생명을 되살리지 못했다. 그녀는 결국 11월 4일 간장을 기증하며 1명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현재 우리나라 최고령 장기기증자 나이는 86세로, 김씨도 최고령 기증자로 기록됐다.

김 씨의 아들은 “어머니는 평소 남을 돕는 것을 강조하셨고, 그 배움으로 가족들이 모두 한 마음으로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어머니께서도 분명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일에 찬성했을 것”이라며 어머니를 회상했다.

경기도 구리시에 사는 고 박귀(60세)님은 11월 8일 직장에서 갑자기구토를 하며 의식을 잃었고, 쓰러진 박 씨를 발견한 직장 동료들이 명지병원 응급실로 이송했다.

3년 전 뇌경색을 앓았지만 이후 건강을 지켰던 그이기에 가족들은 병원 이송 소식에 충격이 컸다. 결국 11월 19일, 뇌출혈로 삶의 마지막 순간에 간과 신장(양측)을 기증, 3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되었다.

박 씨의 아들은 “아버지도 기꺼이 기증에 동의했을 것이다. 수혜자가 누군지 알 수 없지만, 아픔의 고통에서 벗어나 밝은 모습으로 살아가기를 아버지도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에 사는 이서연(56세) 씨는 지난 11월 9일, 화장실 바닥에 쓰러져 인하대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뇌출혈로 치료 상황은 어렵게 진행됐다. 어떤 치료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 뇌사상태임을 전해 들은 가족들은 기증을 결정, 11월 23일 간장, 신장(양측), 각막(좌, 우) 기증으로 5명을 살렸다.

이 씨의 딸은 “손주들을 살뜰히 돌봐주던 그 누구보다 품이 넉넉하고 따뜻했던 분”이라고 어머니를 회상하고“사람이 사람을 살리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아. 그런 어려운 일을 하신 엄마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문인성 원장은 “이들 4명 모두 평범한 우리네의 삶을 살던 이들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죽음의 문턱에서 타인을 위해 생명이란 큰 선물을 준 것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일이었고, 이분들의 실천은 우리에게 많은 감동을 준다”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4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송수경 2022-02-05 18:05:42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시고, 새로운 삶을 선물해주신 기증자와 유가족분들 존경스럽고, 감사드립니다. 기증자분 편안히 가시길 빕니다.

유진 2022-01-09 23:45:39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정말 귀한 결정을 해주신 기증자 분들과 유가족 분들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많은 분들께 새로운 삶을 선물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임은영 2022-01-07 17:13:35
정말 대단하세요..!! 생명나눔 가디언스 활동을 하고 있는 저 조차도 당시 상황에서 장기 기증 여부를 고민했을 것 같은데 존경스럽습니다!

김혜진 2021-12-31 12:25:43
힘드신 상황에도 다른 사람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선택해준 유가족 분들의 생각이 매우 존경스럽습니다. 기증자분 편안하시길 바랍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