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나는 사람을 일단 의심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믿고 보는 것이 좋을까.
상태바

내가 만나는 사람을 일단 의심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믿고 보는 것이 좋을까.

  • 이말순 편집위원
  • 승인 2024.03.03 14: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편이 늦어지면 혹시 어떤 여자와 바람을 피우느라고 늦는 걸까 머리카락이 쭈뼛해지며 머리가 아프기 시작해요.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특별한 날이 아닌데도 선물을 하면 잘못을 만회하기 위해서 선물을 하는 것일까. 의심을 하게 되고요. 믿고 싶어도 저절로 의심이 들어요. 남편은 저보고 의부증이라고 하는데 자신이 이상한 짓만 안하면 나도 의심을 안하거든요. 자신이 원인을 제공한 것은 모르나 봐요.”

 

인간은 혼자 살기 힘든 사회적 동물이다. 더불어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하며 관계를 이어간다. 다만 이러한 사회적 활동이 극히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편집증 환자가 그렇다. 필자는 젊은 시절 본인에 대해 편집증 가능성이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첫 심리학과 임상 심리 수업 시간에 정신 이상검사인 MMPI 검사에서 분명 6(편집증코드)이 뜰 거라고 여기고 되도록 솔직하게 검사에 응했다. 하지만 결과를 보니 너무 평이한 점수가 나왔다. 굳이 상세분석을 하자면 긍정적일 때는 분석적인 면이 있지만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의심이 약간 높아지는 성격이다. 그렇다면 마음의 결함으로 편집증이 나올 정도면 일상생활 및 사회생활까지 문제를 일으키는 수준인데 그 원인은 무엇일까?

 

편집증이란 영어로 파라노이아’, 심각한 걱정이나 두려움으로 발생하는 심리적 이상 상태를 뜻하며 병리적으로 의심을 고집하게 된다. 보통은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줄 정도로 비이성적이고 착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이러한 증상들이 장시간 지속되면 편집성 인격 장애까지 진행될 수 있다. 인격 장애란 성격이나 행동이 상식수준을 벗어나 편향된 상태를 말하며 주변 사람들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성격 이상으로 정의된다.

 

기본적으로 편집성 인격장애는 타인의 행동을 합리적인 근거도 없이 의심하며본인에게 선의를 베풀어도 그 의도 자체를 불신하는 것이다. 이런 내담자는 상담자조차 적대적인 감정을 갖는다. 치료적인 관계에서도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기 때문에 친밀감과 라포 형성에 회피적인 태도를 보이며 경직된 태도를 일관하기 때문에 피하고 싶은 내담자이기도 하다. 이러한 편집증의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진 내용은 없다. 다만 부모의 유전적인 경향과 어린 시절 미성숙 시기에 지속적인 학대나 애정결핍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고 추측을 한다.

 

편집성 인격장애는 전세계 인구의 0.5~2.5% 가량 발생하는 증상으로 생각보다 흔하게 우리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으며 여성보다는 비교적 남성에게서 더 많은 증상이 발견된다. 이들은 타인과 가까워지면 본인이 손해를 보거나 이용당할 거라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으며 타인과 교류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타인에 대한 근거 없는 불만과 분노가 발생하며 끝없는 의심과 질투를 하게 된다.

편집성 인격장애자들은 감정이 메말라 있으며 겉보기에 냉정하고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만약 본인이 편집성 인격 장애 인지 의심이 된다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몇 가지 항목들이 있다. 첫 번째로 좌절과 거절을 두려워하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두 번째는 근거 없이 타인에 대한 분노가 생기거나 원한이 발생하는지 생각해 봐야한다. 세 번째로는 타인을 신뢰하기보다 의심이 먼저 드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또한, 자신의 권리는 강하게 주장하면서 본인이 작은 피해를 입거나 타인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생각된다면 곧바로 따지거나 싸움을 거는 지 체크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살다보면 의심 없이 무조건 믿다가 낭패를 보기도 하겠지만 과도하게 의심을 하는 편집증 환자의 삶은 누구보다 괴롭다. 자신이 의심한 내용이 사실이라고 확신을 하고 있으니 현재의 삶 자체가 지옥인 것이다.  대부분 편집증 환자는 의부증, 의처증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

 

우리의 삶 속에 녹아있는 의심과 믿음 사이에서 삶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친다면, 선택의 기로에서 한 번쯤 의심도 믿음도 해보자. 삶 속에는 의심이라는 분석 도구도 필요하고, 믿음이라는 신뢰 도구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