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라토비, 국내 대장암 2차 치료 패러다임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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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라토비, 국내 대장암 2차 치료 패러다임 전환

  • 최수연 기자
  • 승인 2024.01.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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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F V600E 변이 전이성 직결장암 치료에 급여 적용
‘NGS 검사’ 급여축소는 치료 걸림돌...건강보험 지원 확대해야

세툭시맙 허가 이후 15년 동안 제대로 된 신약이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대장암 표적치료제 ‘비라토비(성분명 엔코라페닙)’가 등장했다.

‘BRAF V600E’ 변이를 표적, 억제하는 기전의 BRAF 저해제 ‘비라토비’는 1차 표준치료 경험이 있고 BRAF V600E 변이가 확인된 전이성 직결장암 성인 환자의 치료에서 세툭시맙과의 병용요법으로 지난 2021년 8월 국내 허가를 받았다. 올해 1월 1일부터는 건강보험 급여 적용됐다.

한국오노약품공업(대표 최호진)은 11일, 비라토비의 건강보험 급여 등재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BEACON CRC 임상연구를 통한 유효성과 안전성 프로파일을 공유했다.

최호진 대표
최호진 대표

최호진 대표는 “비라토비는 BRAF V600E 변이 전이성 직결장암 환자의 미충족 수요를 채울 수 있는 계열의 최초 표적치료제로 국내 도입에 이어 급여 등재에도 성공, 또 한 번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면서 “급여 등재를 계기로 비라토비가 BRAF V600E 전이성 직결장암 표준치료로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앞으로 환자의 치료 기회 확대에도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김승태 교수
김승태 교수

간담회 첫 번째 연자로 나선 김승태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그동안 표적치료제의 부재로 제한적이었던 국내 BRAF V600E 변이 전이성 직결장암 치료 환경을 설명하면서 “BRAF V600E 변이는 국내 대장암 환자의 4.7%에서 나타나는데, 이들은 종양 크기나 복막전이가 증가하는 등 매우 좋지 않은 예후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BRAF V600E 변이 전이성 직결장암 환자의 전체 생존기간(OS, Overall Survival)은 11.4개월로(95% CI 9.4-13.5), BRAF 음성 환자 43개월(95% CI 30.7-62.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김 교수는 “BRAF V600E 변이 전이성 직결장암 환자는 1차 치료 이후 질병 진행이 음성 환자 대비 최대 두 배 빠르게 진행된다. 그동안 한정적인 치료 옵션으로 1차 치료 실패 시 후속 치료 효과가 미미했고, 환자 10명 중 9명은 3차 치료를 받지 못했다. 무엇보다 이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적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라고 그동안의 미충족 의료수요를 설명하면서 “이번 비라토비 급여 등재로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고 환영했다.

그러면서도, 암 유전자 변이를 특정하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Next Generation Sequencing) 검사의 건강보험 급여 축소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비라토비로 치료하기 위한 대장암 환자에서 NGS 검사는 필수다. 그동안 NGS 검사는 50%가 건강보험에서 지원, 환자는 50%만 부담하면 됐다. 그러나 올해부터 환자 부담이 80%로 늘었다.

김 교수는 "NGS 검사는 고가로, 건강보험 50% 적용에도 검사를 주저하는 대장암 환자들이 많았다. 80%로 환자 부담이 늘면 더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다. 늘고 있는 국내 대장암 환자들을 위해 NGS 검사의 급여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유럽종양학회(ESMO)와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도 BRAF V600E 변이를 전이성 직결장암의 불량한 예후 인자로 지목하고, 전이성 직결장암으로 진단받은 모든 환자에게 BRAF 변이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임상 현장에서도 모든 전이성 직결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RAS 변이 검사와 함께 BRAF 변이 검사를 권고하며, 이를 적용하고 있다.

차용준 교수
차용준 교수

두 번째 연자인 차용준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BEACON CRC 임상연구 결과를 토대로, BRAF V600E 변이 전이성 직결장암의 치료 환경에 변화를 가져온 비라토비의 임상적 가치를 설명했다.

BEACON CRC는 BRAF V600E 변이 전이성 직결장암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대규모 3상 임상연구다. 연구 결과, 비라토비와 세툭시맙 병용군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mOS)은 9.3개월로, 대조군인 이리노테칸과 세툭시맙 기반 병용군의 5.9개월보다 유의하게 연장됐으며, 사망 위험은 39% 감소했다. 이러한 혜택은 환자의 전신수행 상태나 이전 치료 횟수, 종양 전이 범위와 위치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비라토비와 세툭시맙 병용군의 객관적반응률(ORR, Object Response Rate)은 대조군보다 10배 더 높았으며(19.5% vs 1.8%), 무진행 생존기간(PFS, Progression Free Survival) 또한 약 3배 연장하며(4.3개월 vs 1.5개월)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56% 줄였다. 비라토비와 세툭시맙 병용군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였으며, 중증 이상 반응 발생률은 대조군보다 더 낮았다.

차용준 교수는 “연구에 참여한 환자의 50%는 우측 직결장암이나 간 전이, 세 곳 이상의 장기로 전이가 확인된 치료가 매우 어려운 환자군임에도 비라토비와 세툭시맙 병용요법은 OS를 비롯한 주요 평가변수에서 대조군 대비 유의미한 효과를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2차 치료로 비라토비와 세툭시맙 병용요법을 받을 경우 3차 이상에서 사용할 때보다 더욱 우수한 생존기간 연장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이후 질병이 진행되더라도 환자군의 60% 이상은 후속 치료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비라토비는 임상적 유용성이 확인된 치료 옵션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실제 임상에서의 사용이 한계가 있었다”면서 “이번 급여 등재로 국내 환자에게도 국제 가이드라인이 권고하는 최신 치료 요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의의를 전했다.

기자간담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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