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서 "꼰대"가 올라올 때를 알아차리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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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서 "꼰대"가 올라올 때를 알아차리는 방법

  • 이말순 편집위원
  • 승인 2024.01.01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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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20년이나 이 일을 해왔는데, 3년 남짓 경력의 젊은 것들이 뭐 안다고...제가 지시를 내렸는데 순종하지 않고 말대꾸 할 때 화가 치밀어 올랐어요. 제가 꼰대일까요. 아니면 젊은 애들이 싸가지가 없는 것일까요.”

 

20년 경력의 중간관리자인 공무원 A, 아래 직원들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느껴 화가 치밀어 올랐을 것이다. 사실 화는 상대에게 공격당했을 때 생존을 위한 부교감 신경의 반응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상대에게 직접적으로 화를 내어도 된다는 정당한 권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화가 나는 것과 화를 상대에게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화가 나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화를 상대에게 내는 것은 감정에서 행동으로 옮긴 행위로 자신이 명백하게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다.

 

꼰대는 우리말 사전에 의하면 학생들의 은어로 선생, 아버지, 늙은이를 뜻하며, 자신의 생각이나 방식이 항상 옳다고 여기는 권위적인 사람(국제 언어 대학원 대학교 신어사전 참조)으로도 의미한다. 어원으로는 영남지역 은어로 번데기를 꼰대기로 불렀는데 주름이 많은 늙은 사람을 비하하는 은어로 사용된 것에서 출발했다는 설이 있다. 아무래도 꼰대는 늙은 사람이 먼저 연상이 되기도 하며, 젊은 사람보다는 나이든 사람이 경험이 많고 권위도 더 있기에 꼰대도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꼭 나이든 사람을 지칭하기 보다는 변화에 취약하고 자신의 경험에 묶여 고집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왜냐하면 젊은 꼰대도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꼰대가 되는 것일까.

 

사람들은 내가 경험한 사실은 내게는 명백한 정답이었기에 그 경험의 수가 적은 것을 간과하고 손쉽게 일반화한다. 자신이 경험하는 성공 결과가 누적되고, 나름의 노하우를 축척하게 되면서 자신의 생각이나 방식이 옳다고 여기는 권위가 생긴다. 이런 방식이 살아가는 데는 일면 편하기에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100% 옳은 생각이나 절대적인 답은 인간에게는 애초에 없다는 사실이다. 매번 잠정적 결론일 뿐이다. 이순간도 세상은 변화하고 있다. 마치 지구는 공전과 자전을 쉬지 않고 하고 있지만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것이지 공전과 자전을 멈추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과 같다.

꼰대 문제는 자신과 다른 의견을 만났을 때 벌어지는 일이다.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모순적인 답이 되는 말인데, 자신의 존재 자체에 대해서 스스로 인정하는 사람이다. 틀리기도 하고 때론 실수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내 존재 자체는 소중한 사람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사람은 취약점을 숨기기보다는 인정하고 스스로 자유로워진다. 지금 내가 하는 말이 틀리고,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타인에게 지적받는 일이 발생했을 때 죽고 싶어지는 심정이라면 꼰대가 되는 지름길에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은 죽지 않으려고 꼰대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속은 상하지만, 마음의 불편함은 있지만, 중요한 것은 나는 여전히 소중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답을 고집하지 않는다.

 

자신의 언어 습관 중 우리 때는 말이야.”가 자주 언급된다면 주변사람들에게 꼰대이기 쉽다. 이 말 속에는 과거 관습이 자신에게는 더 편하고 그립다는 심정이 숨어있고, 변화에 대한 불안감이 크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다. 또한, 감히 내가 누군데 라는 생각이나 말이 나오면 그 사람은 바로 꼰대다.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합리성 보다는 나를 고집하는 사람이며, 살아오면서 자신의 존재 자체보다는 매번 행동에 의해서 평가만 중요하게 여기고, 그렇게 다루어진 사람이기 쉽다. 자신의 말이나 행동이 틀린다면 자신의 전체가 무너진다고 여기기 때문에 용납할 수 없는 전쟁 상황으로 인식하고 고집하는 경우이다.

변화는 양날의 칼이다. 신선함도 있지만 현재 상황이 깨지는 혼란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꼰대들은 이 혼란에 대한 비중이 크고, 감당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이다. 누구나 꼰대가 될 수는 있다.

계란을 타인이 깨면 기껏 계란 프라이에 불과하지만 스스로 깨고 나오면 생명체가 되는 것처럼, 자신의 취약점은 스스로 깨고 나와 인정하면 삶의 진정한 자유로움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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