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50만 명 환자, 만성 두드러기로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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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50만 명 환자, 만성 두드러기로 "고통"

  • 최수연 기자
  • 승인 2023.10.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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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효과 높고 안전한 ‘생물학적제제’ 급여 미적용으로 사용 어려워
난치성 환자 별도의 질병 코드 신설 등 적절한 치료 가능 정책 변화 필요
(왼쪽부터) 지영구 이사장, 장윤석 총무이사, 예영민 교수, 김미애 교수, 최정희 교수
(왼쪽부터) 지영구 이사장, 장윤석 총무이사, 예영민 교수, 김미애 교수, 최정희 교수

10월 1일은 세계 두드러기의 날이다. 두드러기 질환 인식 제고 및 환자 삶의 질 향상을 위해 2014년 제정됐다. 우리나라는 약 150만 명의 환자가 만성 두드러기로 고통받는 것으로 추산된다. 가려움을 동반한 팽진과 혈관부종이 특징인 만성 두드러기는 6주 이상 거의 매일, 평균 3~5년간 두드러기가 지속된다. 자가면역질환, 알레르기질환, 불안, 우울 등 정신질환을 동반할 수 있고, 악화와 호전을 오랫동안 반복하는 등 일상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쳐 개인의 삶의 질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치료 기간이 길고, 난치성인 경우가 많아 효과적인 치료가 매우 중요함에도 경제적인 이유로 효과가 떨어지는 치료제를 계속 사용하는 국내 환자는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제도를 통해 적절한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5일,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이사장 지영구, 단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는 세계 두드러기의 날(World Urticaria Day)을 맞아 국내 만성 두드러기 현황과 임상 현장의 미충족 수요를 짚어보고, 치료 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 연자로 나선 장윤석 총무이사(분당서울대병원 알레르기 내과)는 “2022년 발표된 국내 리얼 월드(real-world) 연구에 따르면 6개월 이상 항히스타민제 치료로 조절되지 않는 중등도 및 중증 두드러기 환자 중 55.8%는 항히스타민 치료를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효과가 떨어지는 치료제를 계속 사용해야 하는 국내 치료 환경은 항히스타민제로 치료되지 않는 만성두드러기 환자에서 생물학적제제를 급여 적용하고 있는 영국, 호주, 중국 등 다른 나라와는 매우 대조적”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만성 두드러기는 중증도에 따른 치료제 투여가 필수”라며 “특히 고용량 항히스타민제로도 충분한 임상적 효과를 보지 못해 면역억제제 사용이 필요한 환자에게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지만, 급여가 되지 않아 중증도에 맞는 적절한 치료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또 중증 만성 두드러기에 대한 별도의 질병 코드 신설 등 중증도에 따라 적절한 치료가 가능한 정책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장윤석 총무이사는 “현재 만성 두드러기의 경우 중증도를 가리지 않고 모두 하나의 질병코드로 분류되고 있지만, 중증 건선이나 중증 아토피 피부염처럼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치료가 필수적인 질환인 만큼 별도의 질병코드 신설 절차가 필요하며 장기적으로는 중증 질환으로 분류, 환자의 경제적인 부담을 경감하는 제도 개선을 통해 적절한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성 두드러기 환자들의 사회∙정신∙경제적 부담’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예영민 교수(아주대병원 알레르기내과)는 “만성 두드러기 환자의 삶의 질은 중등도 이상의 건선 및 아토피피부염 환자, 혈액투석 중인 만성 콩팥병 환자, 인슐린 투여가 필요한 당뇨 환자만큼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특히, 수면장애가 심한 경우가 많고 전반적인 업무 수행에 느끼는 어려움도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증도가 높은 만성 두드러기 환자의 삶의 질을 분석한 결과,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와 비슷한 0.7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증 건선과 비교 분석한 연구 결과에서 중증 만성 두드러기 환자의 ▲불안 ▲우울 ▲수면장애 지수는 중증 건선 환자보다 모두 높았다.

패널로 나선 최정희 교수(한림대동탄성심병원 알레르기내과)와 김미애 교수(분당차병원 알레르기내과)는 “두드러기는 약을 써서 조절해야 하는 질환이다. 항히스타민제 표준용량 사용에도 약 62% 환자는 조절이 어렵고, 증량하거나 복합한 2차 치료 역시 37% 환자에서 불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약으로 조절되지 않은 환자의 경우 스테로이드가 아닌 안전하고 효과가 높은 생물학적제제가 있음에도 경제적 부담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환자들을 보면 안타깝다. 생물학적제제의 급여 적용 등 중증도에 맞는 적절한 치료가 시급하다”라고 거듭 촉구했다.

지영구 이사장은 “만성 두드러기는 정책적인 아젠다에서 소외, 환자들이 신체적·정신적·경제적 고통을 오롯이 감내해야 한다. 중증 만성 두드러기의 경우 중증 질환 분류를 통해 환자가 경제적인 부담 없이 중증도에 따라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장기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 만성 두드러기 환자가 필요한 시기에 최적의 치료를 통해 건강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치료 환경 개선에 앞장서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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