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구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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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구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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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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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2주년 특집
"삶의 질 저하 심각한 중증 만성두드러기 치료, 보험급여 시급"

가려움을 동반한 팽진과 발적이 특징인 만성두드러기는 두드러기가 6주 이상 거의 매일, 평균 3~5년간 지속되는 질환이다. 두드러기 반응은 모기에 물린 반응과 유사하다. 모기 한 마리에 물려도 밤새 가렵고 힘든데, 모기 100마리에 물린 고통을 수 년간 매일매일 겪는다고 생각을 하면 만성두드러기 환자의 어려움을 충분히 공감하게 된다. 특히 한국의 만성두드러기 유병율은 3% 내외로 국내에서는 약 150만명의 환자가 만성두드러기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유럽 및 북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눈이나 입술, 뺨 등이 붓는 혈관부종이 동반되기도 한다.

만성두드러기의 발생에는 다양한 병인기전이 관여하며, 일반적인 검사에서는 원인이 잘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면역글로블린 E 고친화 수용체에 대한 자가항체나 면역글로블린 E 자체에 대한 자가항체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만성두드러기는 난치성인 경우가 많고, 평균적으로 3~5년간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자가면역질환, 알레르기질환, 불안, 우울 등 정신질환을 동반할 수 있고, 악화와 호전을 오랫동안 반복하기 때문에 일상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쳐 개인의 삶의 질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실제로 만성두드러기 환자의 삶의 질은 중등도 이상의 건선 및 아토피피부염 환자, 혈액투석 중인 만성 콩팥병 환자, 인슐린 투여가 필요한 당뇨 환자만큼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수술을 앞둔 심근경색 환자의 삶의 질과도 유사한 보고가 있다. 특히, 수면장애가 심한 경우가 많고 전반적인 업무 수행에 느끼는 어려움도 크다.

만성두드러기로 의원이나 병원에 가도 의료진이 가볍게 생각하고 치료제로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를 줄 뿐 얼마나 힘든 지 공감을 잘 해주지 않아 서러움을 많이 느끼기도 한다. 항히스타민제 한 가지면 바로 가라앉는 경증의 두드러기가 아니라 일반 항히스타민제의 2-4배 용량을 써도 듣지 않는 중증 만성두드러기 환자들이 특히 그렇다.

수 년 전까지만 해도 난치성 중증 만성두드러기의 치료제로는 장기이식 후에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용하는 사이클로스포린과 같은 면역억제제, 나병의 치료에 사용하는 약제 등을 사용하는 방법 밖에 없었고 그래도 안되면 높은 부작용을 감수하고 전신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항 면역글로블린 E’라고 하는 생물학적제제를 한 달에 한 번 정도 주사를 맞으면 사이클로스포린과 같은 면역억제제나 나병치료제 등을 투여하지 않고서도 2-3일내로 두드러기가 호전된다. 기본으로 3-4알씩 먹던 항히스타민제도 생물학적제제 주사를 맞으면서는 모두 끊을 수 있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는 생물학적제제가 아직 보험급여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원래 중증 천식 치료제로 개발된 ‘항 면역글로블린 E’는 난치성 중증 만성두드러기 치료에도 탁월한 치료를 보여 요즘에는 오히려 중증 천식에서보다 중증 만성두드러기에서 사용량이 훨씬 더 많다. 처음에는 하나를 맞는데 50만원 정도이었고 서양의 진료 지침에서는 2대(100만원)를 4주 간격으로 맞으라고 권고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보험이 되지 않아 많은 환자분들이 비싼 가격으로 인해 투여를 어려워하셨다. 서양과 달리 우리나라 알레르기전문의들은 가격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권장 투여 용량이 2대보다 임상시험에서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보였던 용량인 1대로 투여를 시작하고 있다.

수 년이 지난 요즈음은 1대에 27~30만원 (2대 약 60만원) 정도로 가격이 내려갔지만 외래 진료 현장에서는 여전히 가격 때문에 투여를 어려워하는 환자분이 많이 있다. 처음에 가격 때문에 투여를 주저하던 사람들도 생물학적제제의 효과가 너무나 좋아서 기존에 먹던 항히스타민제나 면역억제제 약까지 다 끊게 해주니 다음번에는 먼저 주사를 맞겠다고 할 정도이다.

2022년 발표된 우리나라 연구에 따르면 6개월 이상 항히스타민제 치료로 조절이 되지 않는 중등도 및 중증 두드러기 환자 중 55.8%가 항히스타민 치료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4배의 항히스타민제로 치료되지 않는 난치성 만성두드러기 환자를 대상으로 생물학적제제 급여가 적용되고 있는 영국, 호주, 중국 등 다른 나라와 달리,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효과가 떨어지는 치료제를 계속 사용해야 하는 국내 치료 환경이 안타깝다.

현재 만성두드러기의 경우 중증도를 가리지 않고 모두 하나의 질병코드로 분류되고 있다. 하지만 만성두드러기가 중증 건선이나 중증 아토피 피부염처럼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치료가 필수적인 질환인 만큼 별도의 질병코드를 신설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중증의 만성두드러기는 중증 질환으로 분류되어 환자의 경제적인 부담을 경감해주는 제도를 통해 적절한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성두드러기는 정책적인 아젠다에서 소외되어 있고 의료진도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환자들이 신체적·정신적·경제적 고통을 오롯이 감내해야 하는 서러운 질환이다. 특히 안전하고 획기적인 치료 효능을 보이는 생물학적제제에 보험급여를 적용하고, 중증 만성두드러기의 중증 질환 분류를 통해 환자가 경제적인 부담 없이 중증도에 따라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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