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 숨겨둔 정부(情婦)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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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 숨겨둔 정부(情婦) 한 사람

  • 이말순 편집위원
  • 승인 2021.10.21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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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다 신발을 벗어놓고, 꿈속에 숨겨둔 情婦를 만나고 간다.

혼자만 알고 있는 주문을 외어야 문이 열리는,

눈 감아야만 볼 수 있는 꿈속에 情婦를 만나고 간다.

 

온 세상이 잠이 들 때를 기다리다가 세상이 잠이 드는 찰나 꿈속으로 숨어 들어간다.

밤이면 밤마다 찾아가 둘만의 삼장을 대펴 줄 이야기를 쏙닥거리다가,

몰래몰래 독주처럼 마시는 뜨거운 사랑.

 

세상이 눈뜨기 전,

몰래 돌아오는 외진 꿈속에 숨겨둔 情婦 하나, 홀로 남겨진다.

오늘은, 아무도 아는 척할 사람 없는 첫 밤 같은 바닷가에 깍지 끼고 거닐다가,

밤하늘 외로운 별들이 사람 눈 피해 얼싸안는 시간이면

빠알간 불꽃 피워 우리 사랑 흔적 두어 개쯤 새겨 놓을까.

 

내일은 영화처럼 질주하는 고속도로 끝에서, 심장이 벌겋게 달아오를,

전율처럼 타들어 가는 情事를 하고 올거나.

 

얼굴을 그려 놓지 않은,

얼굴이 생각이 나지 않는,

꿈속에 숨겨둔 情婦 하나.

 

우리 사이 비밀스러운 사랑 暗號

세상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다디단 완전 범죄.

들킬 걱정 없어서 슬퍼지는 꿈속의 情婦 한 사람.

 

 

단 한 번도 실제로 섹스를 해본 적 없었다던 20대 후반 뇌성마비 장애인 청년 내담자를 만났다. 가끔 몽정한다는 것이다. 너무 부끄럽지만 느낌은 아주 좋았다고 얼굴을 붉힌다. 몽정은 잠을 자는 도중에 음경이 발기되어 사정하는 것이다. 병적인 현상이 아니라 수면 과정 중에 일어나는 정상적인 반응의 하나다. 정상인은 모두 야간발기가 나타나며 80~90가 안구가 빨리 움직이는 역설수면 기에 나타난다. 역설수면 기에 근육 긴장도는 최하로 감소하며 재빠른 안구 운동이 일어나고 꿈을 꾸게 된다. 이처럼 음경발기 및 사정과 꿈이 같은 시기에 일어나므로 2가지 현상이 특별한 관계를 하는 것처럼 생각된다.

사람은 누구나 꿈을 꾼다. 꿈에 대한 해석은 제각각이다. 예언적인 면을 강조하는 사람도 있고, 그냥 개꿈으로 치부하는 사람도 있고, 꿈을 통해 자신의 억압된 무의식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도 한다.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말 그대로 엿장수 맘이다. 어쨌든 사람들은 꿈을 통해 성적인 욕망을 발산하기도 한다. 몽정은 주로 청소년층에서 일어나지만, 상담하다 보니 의외로 성 파트너가 부족한 장애인 중에는 중년층에도 간간이 하고 있었다. 한밤중에 팬티를 갈아입어야 하는 곤욕스러움은 있지만, 그 달콤함에 비하면 그 정도의 대가야 치를 만하지 않은가.

자녀가 몽정을 한다면 부모는 그 시점부터는 자녀 방에 들어갈 때 노크 정도는 기본 예의에 속한다. 몽정은 건강한 성년으로 자라고 있다는 증거이니 성인으로서 존재감을 인정해주어야 한다.

그러면 몽정은 남자에게 국한된 현상이라고. 천만에, 말씀. 팬티가 축축할 정도로 사정을 하는 여자도 있다. 현실에서 오르가슴을 잘 느끼지 못하는 여성조차 꿈속에서 성적인 장면이 나오면 현실보다 더 강렬하게 오르가슴을 느낄 수도 있다. 그 상대는 누구라도 될 수 있다. 꿈속 세상은 내가 주인이, 말 그대로 주인 맘이다. 현실에서 하지 못할 상대를 맘대로 골라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그것 또한 말처럼 쉽지는 않다. 꾸고 싶다고 꿀 수 있는 것이 또한 꿈이 아니기 때문이다.

꿈 이야기를 하자면 끝이 없다. 실질적인 몸의 접촉이 없는 환상인데도 오르가슴을 느끼다니……. 하지만 성을 바로 이해하면 당연한 느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섹스의 장면을 떠올리면 그저 육체의 삽입 장면만 연상할 수 있다. 하지만 성은 마음속을 들여다보고픈 인간의 속성이 낳은 작업 중에 하나다. 웬 해괴망측한 형이 성학(?). 사람은 사랑을 끊임없이 확인받고 싶어 한다. 자고로 반쪽이라서 하나가 되고 싶어 하는 본능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나머지 반쪽과 끊임없는 에너지 교류가 필요하다. 섹스는 상대의 감정 확인이기 때문에 몽정만으로도 충분히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래도 꿈속에 情婦 이야기는 왠지 슬프다. 역시 인간은 만지고 뒤엉켜서 확인하고픈 탐색 본능이 숨어있어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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