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민간보험사 건강보험자료 제공 요청 “미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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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민간보험사 건강보험자료 제공 요청 “미승인”

  • 최수연 기자
  • 승인 2021.09.15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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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계획 과학적 연구 기준 미충족, 연구결과 공개 및 검증 절차 결여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김용익)은 지난 14일, 국민건강정보 자료제공심의위원회를 열고 5개 민간보험사의 건강보험자료 제공 요청 6건을 심의, 미승인 결정했다.

국민건강정보 자료제공심의위원회는 국민건강정보자료 제공에 대해 심의․의결을 위해 공단 내․외부 전문가 14인(시민단체, 의료계, 유관공공기관,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독립적인 의사결정기구이다.

공단 심의위원회는 지난 7월 민간보험사의 자료요청이 접수된 이후 위원회 3회, 청문 2회 외에도 수차례 회의를 갖고 모든 사안에 대해 심의위원 전원의 논의를 거쳤다.

심의위원들은 ‘국민건강정보 자료제공에 관한 규정’에 기반해 연구계획서를 검토, 심층적인 판단이 필요한 부분으로 세 가지 원칙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세가지 원칙은 △정보주체, 즉 국민들의 이익 침해 △과학적 연구 기준부합 △자료제공 최소화 원칙 적합 등이다.

민간보험사에서 자료 요청한 6건의 연구목적은 계층별 위험률 산출을 통한 보험상품 개발에 있다. 다만 계층 선별의 목적이 정보주체인 국민을 배제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더 많은 국민을 포괄하기 위한 것인지에 대한 심의위원들의 입장이 나눠졌다.

민간보험사는 청문을 통해 취약계층, 임산부, 희귀질환자, 고령 유병자 등에 대한 보장확대를 위해 활용하는 것이라고 밝혔으나 전문가 토론에서 이견은 팽팽하게 대립, 심의위원들은 국민들의 이익 침해 여부에 대해 합의된 결론에 도출하지 못했다.

심의위원들은 지난 8년 여 동안 수천 건의 연구계획서를 검토하면서 건강보험 자료분석을 위한 과학적 연구의 최소기준을 적용해왔다. 즉, 선행연구 검토를 통해 고유한 문제를 정의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명확한 가설 설정, 변수의 개수와 정의 적절하게 구성, 그리고 데이터 특성에 맞는 통계기법과 연구결과에 대한 객관적 검증 절차 등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번 민간보험사에서 요청한 연구계획서는 선행연구 검토나 연구가설이 제시되지 않았고, 환자를 주상병만으로 정의했으며 단순 발생률 및 유병률(조율; crude rate)산출만을 기술하고 있다고 공단 측은 밝혔다.

나아가 연구결과가 국민들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서는 연구계획에 따른 결과가 과학적 검증을 거친 후 활용되어야 결과의 오용을 방지할 수 있음에도 청문과정에서 민간보험사는 학술지 투고와 같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검증(peer review) 절차 수행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심의위원들은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산출한 값을 객관적인 검증 절차 없이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상품 개발에 곧바로 사용한다면 연구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우려, 민간보험사의 연구계획서가 과학적 연구 기준에 미흡한 것으로 판단했다.

아울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연구(제약회사, 보험사 등)의 경우 회사 단독으로 연구진을 구성하기보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학계나 공공연구소 연구진과의 협업 연구를 권고했다.

마지막으로 자료제공 최소화 원칙은 목적에 맞게 익명정보, 가명정보, 실명정보 등 각 정보의 개인정보 보호 수준을 신중하게 판단하여 제공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익명정보로 해결할 수 있는 연구에 가명정보를 제공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이번 민간보험사가 요청한 국민건강정보는 가명정보이므로 심의위원들은 원칙에 따라 연구계획서가 익명정보로 결과도출이 가능한지 검토했으며 검토 결과, 계층별 단순 질병발생률 및 유병률 정도의 연구 설계로는 연구용DB보다 익명화된 집계표 형태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계층별 단순 발생률 및 유병률 정보가 이미 오래전부터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익명화된 집계표 형태로 공단으로부터 민간보험사에 제공되는 것을 확인했다.

따라서 접수된 6건의 목적이 익명화된 집계표 형태로 충분히 달성가능하기 때문에 가명처리된 연구용DB 제공은 적합하지 않으며, 이번 자료요청은 그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건별로 받아온 익명집계표를 한꺼번에 산출하겠다는 목적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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