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성망막변성' 국내 첫 치료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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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성망막변성' 국내 첫 치료 성공

  • 박진옥 기자
  • 승인 2021.09.0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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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E65 유전자 변이 환자에 럭스터나 수술적 투여...시력·야맹증 호전 확인
김상진 교수(왼쪽) 진료 모습
김상진 교수(왼쪽) 진료 모습

삼성서울병원 안과 김상진 교수팀은 안과 분야 세계 유일 유전자 치료제인 럭스터나(Luxturna)의 수술적 투여를 국내 처음으로 성공했다.

럭스터나는 레버선천흑암시(Leber's Congenital Amaurosis)와 망막색소변성(retinitis pigmentosa)을 유발하는 여러 유전자 중 RPE65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유전성망막변성 치료제'로 지난 2017년 미국 FDA에서 승인받았다.

레베선천흑암시는 망막의 유전자 변이로 인해 망막의 시세포 기능이 저하되고 소실되어 어려서부터 심한 시력 저하, 야맹증, 안진(눈떨림)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빛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거나 밝은 곳에서도 캄캄한 어둠 속에 등불 하나 켠 수준의 빛만 감지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는 아직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외국에서는 10만명 중 2~3명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럭스터나는 인체에 무해하도록 만든 아데노연관바이러스에 RPE65 정상 유전자를 복제한 뒤 실어 환자 망막에 투여, 변이 유전자 대신 정상 유전자가 작동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의 임상 시험 결과에 따르면 치료 후 정상 수준의 시력을 회복할 수는 없어도 영구적인 시력상실을 막고, 스스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빛 감지 능력을 높여주는 등 시기능 회복에 효과가 있다.

김상진 교수팀은 지난 7월 13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레버선천흑암시 유전자치료제인 럭스터나를 유리체절제술을 통해 한눈에 투여했다. 일주일 뒤 반대편 눈에도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다.

국내 첫 럭스터나 투여로 환자 상태 개선 평가 방법도 김상진 교수가 해외 사례를 참고해 직접 만들었다. 수술 후 환자의 시력도 다소 좋아지고 시야도 넓어지는 효과가 확인됐다.

야맹증 호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실내에 2차원 평면 미로를 바닥에 설치하고 화살표를 따라 도착점에 다다르기까지 빛의 밝기(조도)와 소요된 시간을 종합해 환자의 빛 감지 능력과 주변 사물의 인식능력을 평가했다.

매우 약한 조도에서 시작해 점차 밝기를 올려가며 어느 정도의 밝기에서 바닥의 화살표를 따라 길을 찾아 통과하는지 검사한 결과, 환자는 럭스터나 투여 전 검사에서는 150럭스(lux)까지 조도를 올려야 화살표를 따라 길을 찾아 걸을 수 있었으나 수술 후 훨씬 낮은 밝기인 10럭스 조도에서 스스로 화살표를 보며 길을 찾아 검사를 통과했다.

김상진 교수는 "국내에선 안과 의사들도 유전성망막변성은 불치의 병이라고만 단정하고 유전 진단을 시도하는 것조차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 아직은 한 가지 유전자에 대한 치료제만 나와 있지만, 수년 내 여러 유전자 치료제들이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사회적 관심과 더불어 정책적 배려가 더해진다면 해당 환자들에겐 말 그대로 한줄기 빛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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