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이번 삶에 있어 초보자다.
상태바

우리는 모두 이번 삶에 있어 초보자다.

  • 이말순 편집위원
  • 승인 2021.09.01 09: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mem00003c24ba04.t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729pixel, 세로 481pixel

사진출처: http://blog.naver.com/xxcv48/220593223520

 

가슴이 답답하고 짜증이 나요.

울화통이 터지는 것 같아요.

나는 한심한 사람인 것 같아요.”

 

사는 것이 너무 걱정돼요.

그럴 때마다 TV 연속극을 보면서 잊어버리려고 해요. 하지만 금세 다시 불안이 찾아와요.”

 

내담자는 상대에게 대놓고 화도 못 내고 되돌아오는 짜증이라는 감정에 매몰되면서 자신을 한심한 사람으로 낙인을 찍고 있었다. 사실 상담실을 찾는 내담자들이 쏟아놓는 흔한 하소연 중에 하나다.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서 만약 불안, 슬픔, 고통 등을 없애 버린다면 행복만 남을 거라는 기대가 있다. 저의 내담자의 경우도 불안한 감정이 들면 불편한 감정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핸드폰을 들어서 게임을 하거나 쇼핑을 하는 식으로 회피해왔다. 단기적으로는 그 방법이 도움이 되겠지만 다시금 슬그머니 불편한 감정이 더 무겁게 찾아들곤 한다.

또 다른 내담자는 술을 마시거나 생각 또는 감정을 억누르는 식으로 회피를 했지만, 마찬가지로 불편한 감정은 다시 찾아왔다. 이런 식으로 불편한 내면의 전쟁을 치르다가 상담실을 찾는 내담자들은 상담을 통해 불안, 슬픔, 고통, 화 등을 없앨 수 있을까 묻곤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담실에서는 내담자의 불안, 슬픔, 고통, 화 자체를 없애진 못한다. 다만 내담자가 불편한 감정을 감당할 수 있도록 돕는다.

대부분 사람들은 일생을 통해 불편한 감정을 벗어버리기 위한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몸부림쳐왔다고 한다면 맞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성공한 적이 있던가. 스스로 점검해보자.

우리가 세상 밖 싸움에서는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안에 있는 감정, 생각, 신체감각, 기억 등은 아이러니하게 내 것임에도 불구하고 본인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존재다. 피부밖에 소음은 창문을 닫거나 문을 달거나 등을 통해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순간순간 파고드는 불안함, 걱정, 통증, 기억 등은 삭제하려고 할수록 더욱 깊이 파고든다. 이런 효과를 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Paradoxical effects of thought suppression)라고 한다.

우리의 마음은 생각을 더 할 수는 있어도 뺄 수는 없다. 우리 마음이 그렇게 움직이는 것이기에 개인의 성격이나 지능 또는 노력으로 안 되는 것이다. 없애려고 할수록 고통에다가 괴로움을 가중하는 작업일 뿐이다. 불안한 마음을 지우려고 에너지를 쏟다 보면 진정 본인이 원하는 것을 포기하고, 끝도 없는 그림자와 싸움에서 자신의 시간을 허비하고 사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결단해야 한다. 고통을 없애려고 하기보다는 그냥 수용하는 것이다. 여기서 수용은 문제를 포기하는 것도, 문제에 대해 동의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용을 한다고 고통이 고통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다. 우리가 슬픔으로 가슴이 아플 때는 가슴이 미어지게 아플 것이다.

불안을 경험할 때는 온몸이 팽팽하게 긴장되기도 한다. 정말 사랑하는 자녀를 잃었을 때의 절망감은 모든 순간이 단절된 듯, 심장에서 붉은 피가 쏟아지듯, 숨이 막힐 것 같은 절망감을 경험할 것이다. 그 누구도 이런 경험을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가 세상을 사는 대가는 항상 예고 없이 들이닥친다. 내가 겪고 있는 고통은 잘못이 아니다. 파괴적이지만 누구나 경험하는 것이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3c24ba0a.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903pixel, 세로 667pixel

사진출처: http://blog.naver.com/hlqaa/222321404364/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 도종환-

수용은 끝없는 싸움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에 그 순간순간에 더 활기차게 머무르게 할 수 있습니다.

불편한 감정이 몰려올 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머무르고, 흘려보냅니다. 그리고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의 방향으로 삶 속에서 전념하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내담자가 느끼는 불안은 회피하면 할수록 더 깊이 파고들지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머무르다가 마치 흘러가는 강물 위에 나뭇잎 위에 내 불안을 올려 그대로 흘러가는 속도에 맞추어 흘려보냅니다.

나는 지금 불안하다. 그래서 나는 밖에 나갈 수가 없다.” 대신에

나는 지금 불안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관찰자 관점에서 나를 바라보고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뚜벅뚜벅 걸어간다.”라고 내 안에 작은 변화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모두 이번 삶에서 초보자입니다. 스스로 좀 더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말순 심리학 박사(심리치료 전공)
전문상담사 1급(한국상담학회)/ 청소년상담사 1급(여성가족부)/ 임상심리사(보건복지부)/ 직업상담사(고용노동부)/ 현)바오밥 상담연구소장 / 현)대전대 상담대학원 심리상담학과 객원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