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회사 책임 부정 1심 판결 “不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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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회사 책임 부정 1심 판결 “不義”
  • 최수연 기자
  • 승인 2021.04.0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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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에 증명책임 돌려 인과관계 증명 불가능하게 만들어
건보공단, 2일 서울고등법원에 항소이유서 제출 예정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김용익)은 오늘(2일), 담배소송 1심판결의 오류 및 추가심리가 필요한 부분을 중심으로 서울고등법원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작년 11월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제22민사부)은 흡연과 폐암 발병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는 내용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패소 판결을 선고, 이에 공단은 즉각 항소를 제기했으며 외부 소송대리인으로 법무법인 대륙아주(대표변호사 이규철, 이하 대륙아주)를 선임한 바 있다.

건보공단은 본격적인 항소심에 앞서 지난 1일 “담배소송 1심 판결,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국제세미나를 열고 1심 판결 내용의 법리적․역학적 측면을 살펴보고 담배회사들의 책임을 인정했던 미국․캐나다 법원 판결과의 차이를 비교․분석했다.

가장 먼저 발제에 나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정상현 교수는 1심 판결 내용에 대한 종합적 분석을 통해 선행 대법원 판결 사안과는 당사자가 다르고, 주장과 증거들이 상이함에도 재판부가 기존 대법원 판결을 거의 기계적으로 복기했다고 지적하고 “특이성․비특이성 질환을 임의로 구분, 피해자들에게 엄격한 증명책임을 지움으로써 결국 유해물질로 발병되는 질환에 관한 인과관계 증명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담배회사들에게 책임을 묻는 소송에서 정작 담배 제품의 위험성과 피고들이 제조․수입․판매할 당시에 알고 있었던 위험성에 대해서는 전혀 판단이 없었다”면서 “흡연이 소비자의 자유로운 선택에 따른 것이라고 하더라도 담배제조수입 판매의 위법성은 조각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담배회사의 책임을 부정한 1심 판결은 건강한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아쉬움이 크다”면서 “기술적인 능력과 휴머니티 능력이 전제된 판결이었다면 안정된 공평성과 예리한 정의로 민주적 심판의 태양이 어둠의 장막을 벗겼을 것이고 자유를 향한 희망이 더욱 커졌을 것”이라고 모 연극 대사를 인용하며 마무리했다.

‘역학의 철학’ 저자인 요하네스버그대학교 알렉스 브로드벤트 교수는 “1심 법원이 흡연과의 인과관계를 부정하면서 제시한 이유들은 모두 합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흡연으로 인해 이 사건 폐암(편평세포암, 소세포암)이 발병했다는 사실 자체는 합리적 추론에 해당한다”면서 “흡연 이외 다른 원인으로 암종 발병을 증명하라는 것은, 어떤 가해자가 총을 쏴서 피해자가 죽은 상황에서 그 피해자가 총알 이외에 다른 원인으로 죽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하라는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단의 담배소송에서 흡연 이외 다른 원인으로 폐암이 발병했다는 점에 대한 증명은 담배회사들이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이두갑 교수는 미국 담배소송 판결에 대해 발표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1980년대 이후 담배의 중독성에 대한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고, 중독에 대한 신경과학적 이해가 진전됨에 따라 담배회사들이 소송에서 패소하기 시작했고, 소송 과정에서 담배가 담배회사의 이윤을 위해 “중독설계”되는 제약상품과 같은 것이며, 이러한 중독에 대한 과학적 사실과 증거들이 담배회사에 의해 조직적으로 은폐되고 왜곡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두갑 교수는 “반면 우리나라 1심 판결은 미국 법정에서 명확히 밝혀진 사실, 즉 담배회사들의 고도화된 증거생산과 중독설계, 이에 대한 은폐 사실들을 모두 외면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국내 법원의 태도가 변화되지 않는다면, 담배회사들과 달리 중독 설계에 대하여 무지했던 소비자들의 피해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원천적으로 봉쇄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캐나다 퀘벡주 담배소송을 승리로 이끈‘담배 없는 캐나다를 위한 의사회’닐 콜리쇼우 연구소장은 캐나다와 한국의 담배소송 다른 점을 발표했다.

닐 콜리쇼우 연구소장은 “캐나다에서 최대 규모의 피해 배상이 인정된 퀘벡주의 집단소송은 항소심까지 승리했음에도, 현재 담배회사들의 파산보호신청으로 배상금이 지급되지 않은 상태다.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재 진행 중”이라며 “캐나다에서의 호의적인 판결은 지난 수십 년 간 실패를 통해 거둔 성과”라고 강조했다.

이어 “담배업계와의 소송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담배업계 변호사들의 전략에 저항할 수 있는 변호인단의 절차적 통찰력, 담배회사의 내부 문건들, 그리고 입법을 포함한 제도적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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