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제네릭, 오리지널 약가인하 인과관계 無
상태바

퍼스트 제네릭, 오리지널 약가인하 인과관계 無

  • 김정우 기자
  • 승인 2020.11.26 16: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원, 10년 소송 릴리 상고 기각...국내 제약사 제네릭 조기 출시 특허 도전 활발 기대

“특허전략 성공으로 퍼스트 제네릭을 출시한 회사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 인하를 책임질 이유가 없다”

대법원 민사2부는 26일 한국릴리가 한미약품을 상대로 제기한 약가인하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 같이 판결하고 릴리(원고)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또 이날 동시 진행된 대법원 민사3부는 명인제약이 한국릴리를 상대로 제기한 약가인하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명인제약 손을 들어주었다.

이 소송은 2008년 릴리의 조현병치료제 ‘자이프렉사’의 특허가 무효라는 심판이 청구되면서 시작된다. 당시 한미약품은 자이프렉사의 특허무효 심판을 청구해 2심에서 승소한 뒤, 자이프렉사 제네릭인 ‘올란자’를 2011년 출시했다. 이 심판결과를 확인한 명인제약도 이후 ‘뉴로자핀’이라는 제네릭을 출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2심 판결을 뒤집었고, 릴리는 이를 근거로 양사(한미약품과 명인제약)에 손해배상을 제기했다. 제네릭을 판매해서 얻은 수익을 손해 배상하라는 취지였다.

나아가 릴리는 제네릭 출시로 자이프렉사의 약가가 인하된 만큼 이에 대한 손해도 배상하라는 소송을 한미약품과 명인제약에 각각 제기했다. 국내 최초의 오리지널 의약품 약가인하분에 대한 손해 배상 청구로, 소송가액은 한미약품 15억원, 명인제약이 4700만원이었다.

이 소송에서 한미약품은 1심과 2심 모두 승소했으나, 명인은 모두 패소하는 상이한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한미약품은 정당한 특허 도전을 통해 제네릭을 출시한 것이고, 약가인하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재량권 행사에 의한 것으로 인과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며 1심과 2심 모두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명인제약은 자이프렉사 약가인하를 인지한 후 제네릭을 출시했기 때문에 약가인하에 따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로 1, 2심 모두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2016년 릴리는 한미약품을 상대로, 명인제약은 릴리를 상대로 각각 상고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지난 10여 년간 진행된 소송의 최종 결과로, 국내 최초로 이뤄진 오리지널약 약가인하분에 대한 손해 배상 여부를 다투는 소송이다. 이 결과에 따라 후발 업체들의 퍼스트 제네릭 전략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큰 이목을 끌었다.

실제 국내 업체들이 패소할 경우, 수백억원에 달하는 오리지널 제품의 약가인하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어 불안감이 큰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의 최종 판결에 따라 국내 제약사들은 제네릭 조기 출시를 위한 특허 도전을 더욱 활발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