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학교가 성공하기 위해서 최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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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학교가 성공하기 위해서 최선일까.

  • 이말순 편집위원
  • 승인 2024.09.2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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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가 학교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말을 잘못한다고 놀림을 받고 상처를 입었어요. 엄마인 저도 바쁘다는 이유로 아이가 맘이 유약한 것만 탓하고 내버려두었더니 이제 학교에도 안가고 집에서 잠만 자거나 게임만 하고 밖에 나갈 생각을 안 해요. 우리나라에서 학교를 포기하면 사회의 낙오자가 되잖아요. 그래서 열심히 학교에 가야한다고 설명을 하는데도 들은 척도 안 해요. 우리 애 인생은 이제 망했어요. 학교를 열심히 다녀도 성공하기 힘든 세상인데 이렇게 약해 빠져서 어떻게 경쟁에서 이기나요?”

 

해당 학생은 중학교 1학년 남학생으로 지능검사 결과 평균 수준이었다. 언어적 표현은 서툴렀지만 장애 수준은 아니었다. 지난 코로나 시즌에 학교 다니는 것이 빈도가 줄어들면서 점차 학교 출석이 어려워졌다. 이제는 아예 학교를 가는 것에 극단적으로 저항을 하면서 학업 유예 상태이다.

이 학생의 부모는 맞벌이 공무원으로 정말 성실하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다. 본인의 기준에 의하면 분명 자녀의 상태는 미달이다. 그러니 걱정이 땅이 꺼질 듯 힘들어했다. 우리나라에서 학교를 그만두면 분명 정석 코스를 벗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학교가 바로 성공을 주거나 더욱이 행복을 주는 열쇠는 아니다. 단지 평범한 보통의 길을 선택한 것에 불과하다.

 

이 학생에게 가장 우선인 것은 무엇일까.

어머니 자녀가 학교를 그만 두면 무슨 감정이 들어요.”

일단 주변 사람들 보기에 창피하잖아요. 낙오자이니까. 성공하긴 틀렸잖아요.”

 

부모는 사실 자신이 느끼는 부끄러움이 먼저였다. 아이가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 그 때 감정은 어땠는지 먼저 공감해주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살펴야 했었다. 부모가 관심을 갖고 있는 주변사람들의 평판은 잠시 잠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 부부의 자녀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 그들 부부가 타인의 자녀에 대해서 관심이 없듯이 말이다. 그냥 지나가는 말에 불과하다.

 

“ 00! 네 표정이 어두워 보인다. 엄마는 네가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고 싶어져. 조금 힘을 내서 엄마에게 말해주면 좋을 것 같아.”

자녀가 학교에서 상처받고 느꼈던 감정을 그대로 인정해주면 자녀는 자신의 감정을 인정받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존재감을 인정받는 것이다. 그 순간 답변을 못해서 친구들이 놀렸을 때, 당황했고, 창피했을 것이다. 그 감정을 먼저 인정해주되상대의 실수를 가지고 괴롭히는 친구들의 문제점을 확인해줘야 했었다. 그래야 자녀는 넘어진 자리를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것이다. 누구나 취약점은 있지만 자신의 취약점만 크게 느끼는 경우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면서도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추가적으로, 발표하거나 주장하는 훈련도 해주면서 심리적인 지지를 해주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학교를 그만 둔 것이지 세상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집에서만 숨어있는 자녀를 겨우 꼬드겨서 상담실을 찾게 했다. 처음에는 거의 말도 안하고 거부하던 그 애는 이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모래 상자 안에 미니어처를 가져다 놓고 자신의 마음을 그려놓고 있다. 이제는 왜 그 미니어처 물체를 가져다 놓았는지도 설명을 하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모래 상자에 올려 진 미니어처 피규어 및 다양한 물체 구성능력은 누가 봐도 수준이상으로 멋진 작품들이었다. 그 애는 게임 관련 업종에서 일을 하고 싶어했고, 충분히 가능성이 엿보였다. 그리고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도 가고 싶어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교를 그만 둔 것이 낙오자가 아니라는 부모의 의식이다. 단지 내 자녀가 특별한 선택을 했을 뿐이다. 당위성이 생겨야 스스로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다. 밖으로 나올 수 있는 명분 말이다. 학교를 그만 둔 것이지 세상을 포기한 것은 분명히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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