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스타프라잔시트르산염'에 대한 약가 협상을 진행한다. 지난달 29일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는 자스타프라잔이 평가금액 이하로 수용하면 급여의 적정성이 있다고 결정했다. 제일약품 등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약가 협상이 가능하게 됐으며, 이로 인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스타프라잔시트르산염‘에 대한 보험급여가 조만간 결정될 전망이다.
자스타프라잔은 P-CAB 제제 약물로 현재 제일약품 자회사인 온코닉테라퓨틱스가 자큐보라는 상품명으로 출시했다. 자큐보는 국산 37호 신약이다. 업계에서는 자큐보가 약평위를 통과하면서 HK이노엔의 ‘케이캡(성분 tegoprazan)’, 대웅제약의 ‘펙수클루(성분 fexuprazan)’와 함께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이 3파전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고 있다.
서구화 식습관으로 위식도역류질환 환자 증가세
위식도역류질환은 역류성식도염의 일종으로 위산이나 위 속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해 가슴쓰림이나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8년 444만명이었던 환자 수는 2022년 490만명으로 늘었다. 커피와 탄산음료의 섭취 증가 등 식습관의 서구화 등으로 인해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위식도역류질환은 비미란성 역류질환(NERD)과 미란성 역류질환(ERD)으로 구분된다. 비미란성 역류질환은 내시경 검사에서 식도 점막의 손상까지는 보이지 않지만 불편한 역류 증상이 있는 경우이며 미란성 역류질환은 내시경 검사에서 식도 점막의 손상이 눈으로 확인이 되는 경우이다. 위식도역류질환에서 위산은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원인이므로 보통 위산분비 억제제를 투여하여 위식도역류질환을 치료한다.
위산의 분비를 억제하는 약물에는 프로톤 펌프 억제제(proton pump inhibitor, PPI)와 히스타민 수용체 길항제(Histamine-2 receptor antagonist, H2RA),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Potassium-Competitive Acid Blocker, P-CAB) 등이 있다. 이외에도 점막을 보호하는 약물인 알긴산, 수크랄페이트 등이나 위의 산도를 낮추는 제산제가 사용되기도 한다.
프로톤 펌프 억제제(proton pump inhibitor, PPI)는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약물이다. 프로톤 펌프인 H+/K+-ATPase 효소를 억제하여 빠르고 강력하게 위산분비를 억제한다. 위산분비는 여러 가지 신경 물질 및 호르몬 등에 의해 조절된다. 위산이 분비되는 최종 단계에서는 위벽 세포에서 H+/K+-ATPase (proton pump, 프로톤 펌프, 양성자 펌프, 수소이온 펌프)라는 효소의 작용으로 칼륨 이온(K+)을 세포 내로 유입하는 대신 위장 내로 수소이온(H+, proton)을 방출하게 된다. 이 수소이온은 염소와 결합하여 위산이 된다. PP제제는 이렇게 분비되는 위산을 억제하는 것이다. 약물로는 오메프라졸, 에스오메프라졸, 란소프라졸, 덱스란소프라졸, 판토프라졸, 라베프라졸, 일라프라졸 등이 있다. 보통 프로톤 펌프는 식사 중에 활성이 높으므로 PPI 제제들은 미리 식전에 복용하면 식사 중 약효가 나타나도록 한다.
히스타민 수용체 길항제(Histamine-2 receptor antagonist, H2RA)는 위벽 세포에 있는 히스타민 수용체를 차단하여 위산분비를 억제한다. 위벽 세포의 H2 수용체에서 히스타민과 경쟁적으로 결합하여 위산의 분비를 억제하는 것이다. 약물로는 시메티딘, 라니티딘, 파모티딘, 니자티딘, 라푸티딘, 록사티딘 등이 있다. 하지만 H2RA는 PPI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산 억제 능력이 부족하고 장기간 사용할 경우에 히스타민 수용체의 위산 분비 억제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주 치료제로는 사용하지 않는다.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Potassium-Competitive Acid Blocker, P-CAB)는 최근에 개발된 제제로 PPI와 함께 위산 분비 억제 효과가 뛰어난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P-CAB제제는 위산 분비 최종 단계에 작용하는 프로톤 펌프(H+, K+-ATPase)라는 효소와 칼륨이온(K+)이 가역적으로 결합해 강력하게 위산 분비를 억제한다. 위산에 의해 활성화된 후에야 프로톤 펌프와 비가역적으로 결합하는 PPI와는 기전이 다른 구조의 약물이다. PPI제제와 비교하면 약효가 빠르고 오래 지속되며 식사 여부와 관계없이 편하게 복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P-CAB제제 차세대 치료제로 관심 집중
글로벌 시장 조사기업 TAM에 따르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1년 16조원에서 2022년 21조원으로 성장했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BCC 리서치는 세계 P-CAB 시장은 2015년 610억 원에서 2030년 1조 8,760억 원으로 연평균 25.7%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약물은 P-CAB제제라는 설명이다.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KSNM)와 아시아소화관운동학회(ANMA)는 ‘위식도역류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관한 서울 진료지침 2020’을 통해 위식도역류질환 초기 치료에 PPI 외에도 P-CAB을 권고하는 진료 지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HK이노엔, 대웅제약, 제일약품의 자회사인 온코닉테라퓨닉스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회사들은 보령제약, 종근당, 동아에스티 등을 공동판매사로 정하고 강력한 마케팅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HK이노엔의 케이캡은 2022년 대비 20% 증가한 1582억원, 올해 상반기에는 918억원의 처방실적을 냈다. 연말까지 2000억원 내외로 처방실적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7월 출시된 대웅제약 펙수클루는 그해 129억원에서 지난해 535억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엔 352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 2분기 누적 처방액은 1000억원을 넘어섰다.
이와 같이 P-CAB 제제에 대한 국내외 시장이 확대되면서 위식도역류질환 차세대 치료제로 P-CAB 제제가 부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큐보의 약가협상이 완료되면 업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패러다임이 기존 PPI제제 중심에서 P-CAB 제제로 빠르게 전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