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만성적이고 재발 가능성이 높은 진행성 질환이다. 다양한 질환을 동반하거나 유발할 수 있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더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며, 적극적인 중재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비만 유병률은 가속적으로 증가, 그에 따른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사회적 격차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비만 예방, 치료, 관리에 대한 정책 강화가 절실하다”
박철영 대한비만학회 이사장은 오늘(5일) 오후 개막한 국제학술대회 '2024 ICOMES'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강조하고, 비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변화를 주문했다.
박철영 이사장은 “30년 전 비만에 대한 인식은 그냥 비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재의 비만은 젊은 미래 세대를 위협하는 가장 중요한 질병의 원인으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비만의 인식 개선 우선 과제로 '적절한 용어' 사용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발제에 나선 허양임 대한비만학회 언론홍보위원회 이사는 “미디어 속 비만에 대한 보도 내용을 보면 게으르다거나, 비행기 좌석을 두 개 차지했다 등 부정적, 경멸적인 표현이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면서 “비만병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이나 인과관계를 보다 넓은 맥락에서 보지 않고 그냥 본인 책임처럼 다루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만 낙인은 결국 비만병이 있는 사람들에게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진료를 받는 자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여겨 치료를 받을 의지를 꺾을 수 있다. 또 자살 신경이나 우울증 같은 여러 가지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누군가가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부정적이기에 외부 활동을 줄이는 등 고립에 대한 문제도 생길 수 있다”면서 “따라서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고도비만이라는 용어보다는 체질량 지수 기준으로 표현하는 등의 정확한 의학 용어 사용 △비하하거나 경멸하는 표현이 아닌 중립적인 표현 사용△개인의 책임을 암시하는 표현은 줄이고 만성 질환적 특성을 고려하는 등의 보도 가이드라인을 권고했다.
두 번째 발제에 나선 김유현 대한비만학회 언론홍보위원회 간사는 비만 이미지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에 대해 설명했다. 김유현 간사는 “게을러 보이는 비만의 모습 혹은 약간 유머러스하게 과장되는 모습은 비만인의 건강에 실질적으로 악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부정적 이미지에 노출될수록 비만병 환자들은 점점 건강하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배가 많이 나온 모습 혹은 바지가 안 맞는 모습 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질환으로 인해 심장에 영향을 받고 있는 부분들을 강조하고, 게으른 모습보다는 활동적인 이미지를 보여줌으로써 부정적 낙인이 아닌 질병을 극복할 수 있다는 긍정적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패널 토론에 나선 최덕현 순천향의대 내분비내과 교수는 “비만은 당뇨병에 굉장히 큰 위험이자, 상당 부분 병인을 공유한다. 이들 두 가지 병인은 여러 심혈관 질환 합병증을 야기한다. 따라서 체중이 많이 나는 분들은 조절이 필요하다. 체중 관리는 외형적인 모습이 아니라, 다른 질환을 유발하는 부분을 방지하기 위해 중요하다”면서 “결론적으로 전사회적으로 비만병에 대한 질환 인식 즉, ‘병식‘이 있어야 한다. 비만에 대한 사회적인 낙인보다는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회가 바라봐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 역시 필수”라고 밝혔다.
김진욱 히포크라타 의원 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환자라는 표현이나 질병이라는 표현은 부정적인 인식과 동시에 극복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암에 대해서도 암 환자가 아닌 암 환우라는 표현을 쓰고 암 경험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처럼 비만에 대해서도 인식 개선 캠페인과 전 사회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홍용희 대한비만학회 소아청소년위원회 이사는 “아이들은 비만으로 인한 편견과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소아비만은 복합적 원인이 있는데 이 때문에 차별을 받거나 다툼이 있으면 안된다. 아이들은 비만에 대해 편견을 느끼게 되면 자존감 저하로 대인관계, 외부 생활은 물론 치료조차 피하려 한다. 따라서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 부정적 용어사용을 지양하고 건강한 이미지를 강조, 긍정적 메시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라고 했다.
한편, 대한비만학회 국제학술대회 '2024 ICOMES(International Congress on Obesity and Metabolic Syndrome)는 오늘(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비만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과 그에 따른 차별을 해소하고 치료 접근성 제고를 위한 논의의 장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