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간염, 선별검사 국가검진 도입없이 퇴치 불가능"

10월 20일은 ‘간의 날’입니다. 전 국민에게 간 질환에 대한 올바른 정보제공과 이해를 돕는 것을 목적으로 2000년부터 제정된 간의 날은 어느덧 24회를 맞이했습니다.
대한간학회와 한국간재단이 제정한 간의 날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정한 ‘간염의 날 (7월 28일)’보다 그 역사가 오래된 행사로, 기념일 즈음하여 ‘지역주민을 위한 간질환 공개강좌’, ‘탈북민과 외국인 근로자 등 취약계층을 위한 간염 예방교육과 무료 검진’, ‘언론 매체를 통한 예방 캠페인과 홍보’, ‘간염 고위험군에 대한 간염 알리기와 교육’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때는 B형간염 유병률이 전국민의 10% 이상으로 “간염의 왕국”이라는 오명에서, 보건관계 당국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현재는 젊은 연령의 B형간염 유병률이 0.1% 이하로 감소한 점은 대한간학회의 큰 성과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B형간염과 더불어 간경변증과 간암의 주요 원인이 되는 C형간염의 예방과 관리 역시 절실히 필요한 실정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2030년까지 전세계 바이러스 신규 감염을 90% 이상 줄이고, 바이러스 간염에 의한 사망을 65%까지 감소시킨다는 목적으로 “바이러스 간염 퇴치 (elimination)” 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세계의 주요 국가들이 로드맵을 제시하며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C형간염은 주로 혈액과 타액을 통해 감염되며, 한번 감염되면 80% 이상 만성화되지만, 특별히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고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진행된 이후에 발견되면 그만큼 치료가 어려워지며, 지출되는 의료비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최근에 8주에서 12주 정도의 하루 한 번 약물 복용만으로도 특별한 부작용없이 99% 완치 가능한 약제들이 시판되고 있어, 조기에 발견만 한다면 후유증없이 치료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세계 여러 주요 국가는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여, 일정 연령대의 국민을 대상으로 선별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러한 선별검사를 통해 조기에 C형간염을 진단하고 조기 치료까지 연계할 수 있는 정책과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C형간염의 선별검사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다행히 대한간학회와 질병관리청 등 유관 단체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C형간염 건강검진 도입 사업’ 이 보건복지부 전문위원회의 마지막 검토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C형간염은 감염되어 만성화되더라도 대부분 증상이 없기에 C형간염 선별검사의 국가검진 도입 없이는 세계보건기구에서 제시한 C형간염 퇴치는 사실상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하며, 그 밖에 여러 연계 사업 역시 진행하기 어렵게 됩니다.
현재 대한간학회에서는 질병관리청과 함께 C형간염 선별검사의 국가검진 도입에 대한 경제성 평가를 다양한 방법을 통해 분석하였으며, 여러 시범 사업과 정책연구를 통해 C형간염 선별검사 국가검진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확인한 바 있습니다. C형간염 선별검사 국가검진이 도입된다면, 전 국민에게 C형간염 선별검사의 수검률을 높일 수 있는 여러 홍보와 정책과 함께 조기 진단과 치료를 연계하는 방안도 철저히 준비, 시행에 나설 계획입니다.
특히, C형간염의 고위험군인 마약약물 남용자 등에게 교육과 조기 검진을 통해 이들을 통해 전파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며, 실제 정책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마지막 심사를 기다리는 “C형간염 선별검사 국가검진” 사업이 전향적으로 검토되고 수용될 수 있도록 대한간학회는 끝까지 노력할 예정이며, 보건정책 당국과 긴밀히 협조할 예정입니다.
한편으로 대한간학회에서는 국민의 보장성 강화 측면에서 “중증 간질환” 환자의 산정특례 적용을 위해 적극적으로 보건정책 당국과 협의해 나가고 있습니다. 대표적 중증 간질환인 비대상성 간경변증 (말기 간경화) 의 경우 여러 심각한 합병증으로 높은 의료비를 지출하게 되며, 이는 단순히 환자 뿐 아니라 그 가족들에게도 고통이 전가될 수 있습니다.
현재 비대상성 간경변증의 경우 장기간 지출될 수 있는 높은 의료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보장성 강화 측면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현재 정부의 유관단체에서도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여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태이며, 일선에서 중증 간질환 환자의 고통을 접하게되는 의료인 입장에서는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만성 바이러스간염과 만성 간질환은 COVID-19 처럼 급성질환이 아니어서 일반 국민들이 체감하는 파급력은 그리 크지는 않을 수 있지만, 만성적이고 심각한 후유증으로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바이러스 간염은 감염성 질환이라는 특징 때문에 학회 차원에서의 예방사업이나 홍보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으며, 선별검사와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전파를 예방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협력이 절실히 필요한 질환입니다.
다행히 이들 질환의 심각성에 대해 정부 보건당국에서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대한간학회에서 참여하고 있는 만성 간 질환 예방사업과 관련하여 보건의료 정책 결정에 있어 충분히 반영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