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 장시간 노동에도 저임금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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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조무사, 장시간 노동에도 저임금 ‘이중고’

  • 나정란 기자
  • 승인 2019.12.1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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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 중 1명은 성희롱 피해 경험도...근로기준법·모성보호제도 무용지물
의료 전문가들, 정부 수가정책 근본적 전환 및 수가 인건비에 연동 ‘주문’

2019년 간호조무사 임금 및 근로조건 실태조사가 공개됐다. 간호조무사의 62%는 최저임금 이하를 받고 근무하고 있었으며, 한 직장에 10년 이상 근무한 10명 중 4명도 최저임금 이하를 받고 있어 간호조무사의 경력이 임금에 반영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편법적인 근로시간 단축이나 고정적 시간외 수당의 삭감을 통해 임금인상 효과가 사실상 무용화되는 결과도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 18일, 대한간호조무사협회(회장 홍옥녀, 이하 간무협)가 국회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와 공동 진행한 ‘2019년 간호조무사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에서 공개됐다.

이날 발표에 나선 노무법인 상상의 홍정민 노무사는 “4년차에 접어든 실태조사 결과, 간호조무사들의 근로환경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었으며 저임금에도 불구하고 다수가 장시간 노동, 적은 휴가일수 등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조사대상 간호조무사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45.1시간이었고, 간호조무사 3명 중 1명(35%)은 주 6일 이상 근무하고 있었다. 또 연간 휴가 사용일수는 7.4일로, 최소 법정 연차휴가 일수인 15일의 50%도 사용하지 못했으며, 간호조무사 2명 중 1명(48%)만이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4인 이하 사업장에서는 연가 휴가 사용일수가 5.1일로,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4인 이하 사업장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이러한 장시간 노동 및 적은 휴가일수에도 보수는 나아지지 않았다. 2019년 최저임금 인상 이후 임금 삭감 등의 시도가 있었다는 응답이 56%로, 2018년 35%보다 21%p 증가했다. 그리고 복리후생비 및 상여금 삭감 등 직접적인 임금삭감은 67%에서 78%로 11%p 증가했다.

인권침해도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간호조무사 4명 중 1명(25%)이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이중 71%는 환자 또는 보호자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의사는 17%, 직장동료는 12%였다. 특히 성희롱 피해자와 폭언폭행 피해자 3명 중 2명은 그냥 참고 다녔다고 응답해 성희롱 및 폭언폭행 예방과 피해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구제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법으로 보장된 모성보호제도도 자유로운 출산전후휴가 사용은 21%에 불과했고, 육아휴직은 19%에 그쳐 대부분의 간호조무사가 모성보호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와 관련, 성종호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보건의료계의 처우 문제는 근본적으로 정부의 저수가 정책과 그로 인한 의료기관의 수익창출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라며 정부 수가정책의 근본적 전환을 주문했다.

정영호 대한병원협회 부회장은 “간호조무사 정원 기준을 별도로 마련하고 간호조무사 교육 강화 및 의료기관 종별로 간호조무사의 적정업무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의료기관의 수익은 수가에 의존적이므로 인건비에 대해서는 정부가 직접 보상체계로 수가를 개선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종호 대한치과의사협회 부회장은 “치과 쪽은 인력난이 심각하지만 현행 양성 교육이 오히려 진입장벽이 되고 있다”며 “교육과 청년내일채움공제 등의 정부 기금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고 정부 대책을 주문했다.

신용훈 한국공인노무사회 정책 이사는 “간호조무사들이 많이 근무하는 의원들을 대상으로 근로조건 자율개선 사업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으며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의원 등 소규모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들의 노조 결성이 어려운 만큼 노조와 간무협, 사용자단체가 함께 연대해 포괄적인 근로협약 체결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간무협 전동환 기획실장은 “현재 수가제도 하에서는 수가가 인상돼도 간호조무사 임금인상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만큼 의원급 의료기관 간호인력 수가제도를 도입해 수가가 인건비에 연동되도록 해야 하며,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간호조무사 정원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석준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사무관은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이 시행되면서 보건의료인력에 관한 연구용역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보건의료인력 상담센터를 운영, 인권침해나 부당노동행위 등에 대해서는 상담 등을 통해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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