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임인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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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임인거 같아요"

  • 유희정
  • 승인 2023.03.16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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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이후 A씨는 밖을 나와본 적이 없다. 사회와 단절된 생활을 한 지 벌써 6-7년이 되어 간다. 어머니가 보내주시는 돈으로 월세와 최소한의 생활비만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의 그런 생활이 시작된 것은 부모님 한 분의 외도로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부터다. 이혼으로 가족들이 각각 흩어지면서 그도 혼자 살기 시작했다. 
A씨는 부모님의 이혼이 본인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외도의 증거를 찾고 있을 때 그가 방법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이혼이라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다. 
가정이 해체된 것이 본인의 책임이고 그런 죄책감으로 어떤 생활도 어렵게 되었다.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거나 장애를 가지게 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지만 그럴 용기는 없다. 그냥 이렇게 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린 아이의 경우 부모가 싸우거나 갈등이 있을 때 아이는 생각한다. 
‘내가 말을 안 들어서 그런가’ ‘내가 공부를 못해서 그런가’ 라는 걱정과 죄책감을 갖게 된다. 그러다 부모가 이혼이라도 하게 되면 내가 더 잘했다면, 내가 말을 잘 들었다면 이혼하지 않았을텐데라는 생각에 우울감이 심해지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생활할 가능성이 높다. 


A씨도 본인이 외도를 찾는 방법을 알려주었기 때문에 가정을 깨뜨리게 되었고 그래서 현재 본인을 심하게 벌하고 있는 중이다. 아마 A씨가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어도 부모의 이혼을 막지 못했을 것이다. 그건 부모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A씨가 부모와 본인을 분리해서 생각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 그 옆에 누군가 도움과 지지가 되어야 하지만 그에게는 그런 사람이 없어 아마 A씨는 우리 사회 복지시스템의 손길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부모로부터 자녀들의 독립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절대자였던 부모로부터 자식들이 독립하는 것은 어쩌면 쉽지 않은 문제일 수 있다. 부모로부터 내 생명을 유지해왔고 나의 전부였기 때문에 그곳을 벗어난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자녀들은 독립할 준비가 되었는데 부모가 자녀들을 독립시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걱정이라는 이유로 자녀들의 삶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통제하려는 부모들은 독립을 시키는 것이 어렵고 자녀들도 독립하는 것이 힘들다.

친밀한 관계일수록 어느 정도의 거리두기는 필수다. 내가 먼저이고 그 다음이 가족이고 친구여야 한다. 그래야 내가 그 울타리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 그러지 않다면 A씨와 같이 죄책감을 이겨내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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