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하는 이들에 대한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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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하는 이들에 대한 배려

  • 유희정
  • 승인 2022.11.01 2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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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그만 하라고 해요."

"사람들이 이제 그만하라고 해요. 아직도 생생하게 얼굴이 떠오르는데..."

학창시절 어머니를 잃은 A씨. 그는 병원 수술실에 들어가는 어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병원에서는 간단한 시술만 하면 돼서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고 했다. 
중학교 때부터 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A씨는 어머니가 아프다고 했음에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머니의 잔소리가 귀찮았고 어머니가 병원에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다 어머니가 시술을 받는다고 해서 아버지와 병원을 찾았다. 병원 절차는 진행한 후에 수술실 앞에서 어머니는 A씨를 돌아본 후 바로 들어갔다. 그러나 걸어서 들어간 수술실에서 어머니는 영원히 돌아오지 못한 것이다. 
A씨는 아직도 뒤돌아서 자신을 봤던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른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 얼굴 표정이 생생하다. 
이런 그에게 주변 사람들은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며 그만 잊으라고 한다. 

어머니를 보내고 A씨의 생활은 멈춰졌다. 학교를 그만두어야 했고 병원의 의료과실을 따지기 위해 아버지는 생업을 포기해야 했다. 생활은 어려워져 이사를 가야했고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날도 많아졌다. 지금은 아버지가 생업으로 돌아와서 어느 정도 안정이 된 상황이지만 A씨는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 어머니에게 미안해 어머니를 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살 사람은 살아야 하지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화가 나요. 어머니를 잊지 못하는 나를 사람들은 비난하는 것 같아요.”
A씨는 어머니를 잊는 것은 아닌가해서 두렵다. 어머니의 마음을 몰라줬던 죄책감, 수술실에 들어갈 때 잘하고 오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 미안함 등의 감정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어떻게 어머니를 보내줘야 하는지 모르고 있는 것이다. 

A씨와 같이 갑작스럽게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사람들의 그 마음은 아마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다. 그래서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며 힘내라고 한다. 
소중한 누군가를 떠나보낸 사람들은 일정시간의 애도기간을 보내야 한다. 하지만 그 애도기간이 어떤 사람은 6개월에서 1년, A씨와 같은 경우는 몇 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어머니에 대한 애도를 하고 있다. 
슬픔의 한가운데 있는 사람에게 그 슬픔에서 빨리 빠져나오라고 하지만 그 당사자에게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그 당사자도  슬픔에서 나오지 위한 발버둥을 치고 있는 중이지만 미안함과 죄책감 등의 마음으로 더 허둥대고 있는 중일 수 있다. 


그들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힘내라는 말보다는 그 슬픔에서 빠져나올 때까지 기다려주고 손을 잡아주는 것이다. 그들도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애쓰고 있다. 그래서 그들을 기다려주는 것만이 그들을 위한 최고의 배려와 위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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